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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먼저” “진실 우선”… 박원순 조문, 광장을 둘로 갈랐다

“추모 먼저” “진실 우선”… 박원순 조문, 광장을 둘로 갈랐다

이근아, 김주연, 이혜리 기자
입력 2020-07-12 22:28
업데이트 2020-07-1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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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55만명 온라인 세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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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늘어선 조문 행렬
길게 늘어선 조문 행렬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발인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시민분향소에서 조문하려는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줄지어 서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00만명과 55만명’. 앞은 12일 오후 10시 현재 서울시가 마련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온라인 분향소에 헌화한 인원이다. 뒤는 고인의 장례를 5일장으로,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데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사람 수다.

지난 10일 서울 북악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전직 비서에게 고소된 사실이 알려지자 장례 형식과 조문을 놓고 여론이 둘로 쪼개졌다. 여권과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은 인권 변호와 시민운동, 서울시 행정에 헌신한 그의 공에 초점을 맞추면서 ‘의혹 제기보다 추모가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야권 등에서는 장례가 지나치며 ‘고인의 성폭력 의혹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 호소인을 보호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지난 10일 한 시민은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는가”라며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이틀 만에 동의 인원이 50만명을 넘어서자 현 정부 지지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온라인 분향소 헌화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압도적인 추모 열기를 보여 주자는 취지다. 이날 오전만 해도 50만명 수준이던 헌화 인원은 오후 급증해 100만명을 넘어섰다.
빈소로 간 朴 전 시장 아들
빈소로 간 朴 전 시장 아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가운데)씨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의 빈소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언급을 삼가거나, 의혹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고인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맑은 분이시기 때문에 세상을 하직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삶을 포기할 정도로 자신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한 그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야당은 여권의 추모 분위기 자체가 피해 호소인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대대적인 서울특별시장(葬)은 피해자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가해로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 변호사는 전날 시민 227명을 대리해 서울시를 상대로 서울특별시장(葬)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성용)는 이들의 신청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했다.

정치 논객들의 입장도 엇갈렸다. 현 정부 지지자인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그(박 전 시장)가 한 여성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아직 모른다. 나머지 모든 여성이 그만한 ‘남자사람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박원순을 빼고 한국 현대 여성사를 쓸 수는 없을 거다”라는 추모글을 올려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공7·과3’은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 등을 옹호하던 이들이 펴던 논리”라며 “이 사안에 적용해야 할 것은 피해자 중심주의”라고 지적했다.

조문 논란을 보는 시민들의 의견도 첨예하게 갈린다. 이날 서울시청 분향소를 찾은 이형자(60)씨는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사건에 대해 반응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며 “9년 동안 시를 운영했기에 서울시 주관 장례가 합당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반면 서울 광진구 주민 신모(29)씨는 “공무 수행 중 사망이 아님에도 서울시 주관으로 5일장을 치르는 것은 이해할 수 없고 피해자 보호를 외면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성북구 주민 안모(28)씨는 “성범죄 피해자를 대변해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알린 고인이 반대의 입장에서 생을 마감한 것은 동정할 수 없는 회피하는 태도가 아니냐”고 분노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2020-07-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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