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 “성적 성향으로 해고하는 것은 민권법상 차별 행위”

미 대법원 “성적 성향으로 해고하는 것은 민권법상 차별 행위”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6-16 09:29
업데이트 2020-06-1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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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이 15일(현지시간) 성적 성향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성별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워싱턴DC의 대법원 인근에서 성 소수자 활동가가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펼치고 있다. 2020.6.16  EPA 연합뉴스
미국 대법원이 15일(현지시간) 성적 성향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성별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워싱턴DC의 대법원 인근에서 성 소수자 활동가가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펼치고 있다. 2020.6.16
EPA 연합뉴스
LGBT 근로자 보호 확대…“성소수자 권리에 분수령”

미국 대법원이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해고할 수 없다면서 개인의 성적 성향에 따른 고용 차별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외신들은 성 소수자 권리를 위한 분수령이 되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미 대법원은 15일(현지시간) 성별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 제7조가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에게도 적용되는지에 관한 재판에서 이들이 민권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동성애자 남성 2명과 트랜스젠더 여성 1명이 실직 후 성적 성향을 이유로 해고돼 차별을 당했다며 제기한 소송에 대한 결정이다.

1950~1960년대 흑인 차별 반대 운동의 결과로 1964년 제정된 민권법은 인종과 피부색, 국적과 종교 외에도 성별에 근거해 고용주가 직원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다.

1955년 흑인 여성 로사 파크스가 흑백분리정책에 따라 흑백 좌석 차별이 존재했던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 양보를 거부했다가 체포된 사건을 계기로 흑백 차별을 없애자는 민권 운동이 벌어졌고 이후 민권법이 제정됐다.

주심인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을 포함해 존 로버츠 대법원장 등 대법관 6명이 찬성 입장을 밝혔으며 3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고서치 대법관은 “답은 분명하다. 동성애자 또는 트렌스젠더임을 이유로 개인을 해고하는 고용주는 다른 성별의 직원들에게는 묻지 않았을 특성이나 행위를 이유로 그 사람을 해고한다”며 성별이 그러한 결정 과정에서 역할을 하는 것은 “정확히 민권법 제7조가 금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브랫 캐버노, 새뮤얼 앨리토, 클래런스 토머스 등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은 “성별로 인한 차별의 개념은 성적 성향이나 성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과 다르다”며 반대 의견을 주장했다.

AP통신은 “대법원은 민권법이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를 고용 차별로부터 보호한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이는 보수적인 법원으로부터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권리에 대한 압도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AP는 대부분의 주가 직장 내 차별로부터 성 소수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며 “이 결과는 전국적으로 약 810만명의 LGBT 근로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UCLA 로스쿨에 따르면 미국에는 약 1130만명의 LGBT 성 소수자가 있다.

로이터통신도 이번 판결은 “LGBT 권리를 위한 분수령이 되는 승리”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 소송에서 성 소수자들의 입장에 반대했지만, 이번 판결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고서치 대법관이 썼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AP는 “이번 사건은 동성애자 권리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냈고 2015년 미 전역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획기적 판결을 내놓았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 퇴임 뒤 보수 성향의 캐버노 대법관으로 교체된 후 대법원이 처음으로 LGBT 권리에 대해 판결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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