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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하우스행 ‘코로나 난민’ 논란, “내 집인데” vs “그래도 오지마”

세컨하우스행 ‘코로나 난민’ 논란, “내 집인데” vs “그래도 오지마”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0-03-29 16:46
업데이트 2020-03-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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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도시민들 코로나19에 전원주택행
사유재산 주장에도 아우터뱅크스 등
“확산 땐 의료열악” 진입 통제 실시
뉴욕민 대거온 햄프튼 등 사재기 홍역

“환경·교통 등 이겨온 도시인기 계속”
“전염병 등에 시골살이 경향 커질수도”
몬타나주에서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국립공원 중 하나인 그레이셔 파크의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2년 12월 간판에 눈이 쌓인 모습. AP통신
몬타나주에서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국립공원 중 하나인 그레이셔 파크의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2년 12월 간판에 눈이 쌓인 모습. AP통신
코로나19로 미국에서 ‘바이러스 난민’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뉴욕, 워싱턴DC, 시애틀 등 도시에 살면서 휴양지에 소위 세컨하우스(전원주택)를 마련했던 이들이 도심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지방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생겨서다. 하지만 의료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의 입장에선 코로나19 위험지역에서 온 도시인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어서 아예 지역 유입을 금지하는 곳까지 생기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따르면 델라웨어 베사니 해변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페이스북에 “별장으로 오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델라웨어의 레호보스 해변을 관리하는 이들도 “사람들이 이곳에 있는 세컨하우스로 몰려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지역은 연평균 거주자가 1500명에 불과하지만 여름 주말이면 2만 5000명까지 체류자가 증가한다. 플로리다 역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검문을 강화했다.

‘라이트형제 기념 다리’ 하나로 노스캐롤라이나 본토와 연결된 아우터뱅크스의 경우도 원주민만 이동할 수 있도록 통제 중이다. 병상 20개를 갖춘 병원 하나만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월리엄스버그에 거주하며 이곳에 전원주택을 소유한 데넷 덴링거 브라운(54)은 WP에 “두 번째 집을 갖기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벌(이동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다리 앞에 모임을 줄이고 손을 씻으라는 내용의 경고문이 전광판에 표출되고 있다. AP통신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다리 앞에 모임을 줄이고 손을 씻으라는 내용의 경고문이 전광판에 표출되고 있다. AP통신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의 섬이자 고급 휴양지인 마서스 빈야드나 국립공원 옐로스톤, 와이오밍주의 최고 스키 리조트촌인 잭슨 홀 역시 관광지대임에도 외지인의 유입을 원치 않고 있다. 마서스 빈야드의 경우 주택의 80%가 외지인 소유다.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외지인의 섬 유입을 금지시킨 상태다.

뉴욕포스트는 버지니아의 휴양도시 햄프턴이 이곳에 전원주택을 소유한 뉴욕시민들로 홍역을 치른다고 보도했다. 이곳의 한 원주민은 뉴욕포스트에 “여름도 오기 전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채소를 찾기가 힘들고 비누, 세제 등도 사재기하는데 심각한 이기주의”라고 지적했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도시의 인기가 수그러들 가능성은 적다. 도시는 역사상 환경오염을 공원 확장이나 쓰레기 재활용 등으로 대응했고, 교통지옥에 대중교통시스템이라는 대안을 마련하면서 각종 폐해를 이겨왔다. 곧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에 대처하는 체계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의 확산이 계속되는 가운데 파라마운트 월드타운센터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성조기를 건물외벽에 표출하고 있다.AP통신
코로나19의 확산이 계속되는 가운데 파라마운트 월드타운센터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성조기를 건물외벽에 표출하고 있다.AP통신
다만, 최근 들어 도시를 떠나 지방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속화 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도시연구가인 조엘 코트킨은 “전염병이 아니라도 물가가 치솟고 과밀한 도시와 지루한 시골이라는 두 개의 선택지 외에 사람들은 더 매력적인 중간지대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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