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위기 아닌 수요·공급 복합 위기 코로나… 강력한 국제공조를”

“신용 위기 아닌 수요·공급 복합 위기 코로나… 강력한 국제공조를”

김균미 기자
입력 2020-03-12 17:28
업데이트 2020-03-13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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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의 글로벌 이슈] 2008 금융위기·코로나19 위기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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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전 지역 이동 제한에 이어 모든 상점에 휴업 명령을 내리는 2차 봉쇄 조치가 발표됐고, 미국도 대규모 강제 봉쇄를 검토하고 있다. 방역복을 입은 대만 군인들이 이날 타오위안 공항에서 전세기편으로 중국 우한에서 철수한 대만 시민들에 대해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  타오위안 EPA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전 지역 이동 제한에 이어 모든 상점에 휴업 명령을 내리는 2차 봉쇄 조치가 발표됐고, 미국도 대규모 강제 봉쇄를 검토하고 있다. 방역복을 입은 대만 군인들이 이날 타오위안 공항에서 전세기편으로 중국 우한에서 철수한 대만 시민들에 대해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
타오위안 EPA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드디어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정부가 우한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처음 공식 인정하고 세계 110여개국에서 12만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뒤다. 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하다며 각국이 선제적이고 매우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을 강조했지만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의 상황을 보면 녹록지 않다.

세계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 등 주요 주가지수가 7% 이상 폭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전해지고 미국 등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 증시는 반등하는 듯 보였지만 며칠을 버티지 못했다. 뉴욕증시는 11일 6% 가까이 다시 폭락했다. 실물경제에 이어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이어 가면서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와 비교하는 사람이 많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발 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는 원인부터 다르다며 선을 긋는다. 각국의 대응과 정책의 우선순위도 달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12년 전처럼 강력한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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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전 지역 이동 제한에 이어 모든 상점에 휴업 명령을 내리는 2차 봉쇄 조치가 발표됐고, 미국도 대규모 강제 봉쇄를 검토하고 있다.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진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 상점가가 한낮인데도 텅 비어 있다. 밀라노 EPA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전 지역 이동 제한에 이어 모든 상점에 휴업 명령을 내리는 2차 봉쇄 조치가 발표됐고, 미국도 대규모 강제 봉쇄를 검토하고 있다.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진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 상점가가 한낮인데도 텅 비어 있다.
밀라노 EPA 연합뉴스
●금융위기·코로나위기 원인 달라 대응 다르게

미국과 영국 언론은 코로나19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을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한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2008년처럼 금융 시스템과 신용 위기로 촉발된 것이 아니어서 대응책도 달라야 한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코로나19 사태는 생산과 소비, 금융 등 각 분야에 한꺼번에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온 중국발 코로나19로 인해 부품 등 공급망이 붕괴되며 제조업은 물론 항공, 관광, 숙박 등 서비스산업으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임금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피해가 크다. 감염에 대한 공포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정상적인 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 전문 뉴스사이트 액시오스는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해 타격을 받을 대상부터 큰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2008년에는 월가의 대규모 금융기관과 유동성 위기에 몰린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아 이들에 대한 긴급 구제금융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이번에는 피해가 대기업뿐 아니라 자영업자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미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의 수석경제자문이자 영국 퀸스칼리지 총장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신용위기에서 촉발된 경제위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르다”며 “코로나19의 공포와 이로 인한 (공장) 폐쇄 등 파장은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파괴하고 있고 저금리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할 수 있는 역할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국제금융·통화 전문가인 배리 아이컨그린 미 UC버클리대 교수도 지난 10일 영국의 일간 가디언 칼럼에서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만으로는 코로나19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문을 닫은 공장을 금리 인하만으로 다시 가동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토머스 라이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미국·유럽연구센터장과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지난 5일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19를 탈냉전 이후 2001년 9·11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세계가 맞닥뜨린 세 번째 위기라고 규정하며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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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전 지역 이동 제한에 이어 모든 상점에 휴업 명령을 내리는 2차 봉쇄 조치가 발표됐고, 미국도 대규모 강제 봉쇄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간호사들이 이날 로스앤젤레스의 질병통제센터 앞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보다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F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전 지역 이동 제한에 이어 모든 상점에 휴업 명령을 내리는 2차 봉쇄 조치가 발표됐고, 미국도 대규모 강제 봉쇄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간호사들이 이날 로스앤젤레스의 질병통제센터 앞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보다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FP 연합뉴스
●탈냉전 이후 세 번째 맞닥뜨린 국제 위기

캠벨 전 차관보는 코로나19에 각국과 국제사회가 적기에 대응하지 않아 사태가 가을까지 이어진다면 도산하는 기업이 늘고 경제 기반이 취약한 국가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려 심각한 금융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를 늦춰 보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하는 데 대책의 최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정과 통화정책보다 코로나19의 확산 저지가 먼저라는 것이다.

타격을 받은 기업들에 돈을 쏟아붓고 지원한들 일할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거나 돈을 벌기 위해 언제 감염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일하다 감염돼 격리되고 사업장이 폐쇄와 재가동을 반복한다면 지원의 실효성이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재정과 통화정책을 통한 지원이 물론 도움은 되겠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감염병을 진단하고 전파를 통제하며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라면서 여기에 정부의 재정 지원과 행정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또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감염 상황과 치명률 등 정보의 정확성과 과정의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보건 당국과 전문가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누렸던 것과 같은 자율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조와 자율, 투명성이 핵심이다.

엘 에리언 수석경제자문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실물경제와 금융에 충격을 주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핀셋 지원 정책을 펴야 한다. 방역과 무료 검사 확대에 재원을 집중하고, 둘째, 저소득층과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돈 걱정하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셋째, 가장 피해가 심한 업종에 유동성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최근호에서 각국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인력과 돈을 병원에 집중 투입하고, 유증상자들이 숨기지 않고 검사를 받게 해 지역 감염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증상자들도 돈 걱정을 하지 않도록 유급병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 독감이 유행할 때 유급병가를 보장하자 환자 수가 40% 줄었다는 한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유급병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G20, 금융위기 돌파 경험 되살려야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상황에서 물리적인 국경은 별 의미가 없다.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국제금융기구를 중심으로 주요 20개국(G20)이 공조 체제를 구축하며 위기를 돌파했던 경험을 되살려야 한다. G20 재무장관회담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회담이 주기적으로 열리지만 공조가 10년 전만큼 잘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2008~2009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로 보조를 맞춰 금융위기를 완화한 것처럼 이번에도 공중보건 및 코로나19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서 공조해야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액시오스에 쓴 글에서 2009년 3월 영국 런던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려 금융위기에 공조하기로 합의한 것처럼 주요국들이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러드 전 총리는 미국과 중국이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G20 보건·재무장관과 WHO가 매주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논의하고, G20 정상들이 모여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융기관들의 부실화를 막을 공동의 대책에 합의하는 노력을 너무 늦기 전에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공조 체제를 구축하려면 이를 주도하는 국가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은 주로 미국이 그 역할을 맡고 유럽이 지원하는 모양새였다. 이번에는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에 발목 잡히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선다면 당장은 주식시장과 경제에 타격을 주겠지만, 선거 전에는 회복세를 보여 선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하지 않다가는 상황이 장기화해 선거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단 미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대기자 kmkim@seoul.co.kr
2020-03-13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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