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유가전쟁 승자는… ‘비축유 사재기’ 중국

사우디·러시아 유가전쟁 승자는… ‘비축유 사재기’ 중국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0-03-11 22:44
업데이트 2020-03-1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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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합의 실패에 사우디 생산량 최대치 올려

中 “앞으로 현재 가격으로 구입 힘들 듯”

러시아와의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한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생산량을 사상 최대치로 늘리겠다고 선언하면서 국제유가를 둘러싼 ‘글로벌 치킨게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헐값으로 비축유를 쟁여 놓을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중국 국무원 소속인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세계에너지연구실 왕융중 주임(본부장)은 “중국의 원유 비축량은 미국 기준인 90일치보다 훨씬 적다”면서 “비축량을 최고치로 늘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전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 6일 사우디와 러시아 간 감산 합의가 무산된 뒤 사우디가 공급을 늘리기로 하면서 ‘널뛰기’를 이어 가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9일 30% 가까이 빠진 배럴당 31달러(약 3만 7000원)를 기록했다가 10일 37달러로 반등했다. 머지않아 20달러대로 진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지난해 자국 원유 수요의 70%가 넘는 5억 600만t을 수입했다. 원유 가격이 저렴할수록 중국으로서는 이득이다. 다만 사우디와 러시아는 중국의 1, 2위 원유 수입국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표정 관리’에 나서는 동시에 어느 한쪽 편에도 서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SCMP는 덧붙였다. 왕 주임은 “현재 가격으로 더 많은 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추가 구매는) 비용과 시장 상황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내 원유 저장시설에 한계가 있어 비축량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전날 “현재 970만 배럴인 하루 원유 생산량을 다음달부터 123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원유 전문가들이 보는 사우디의 하루 최대 생산량은 1200만 배럴이다. 비축고에 저장된 원유까지 시장에 내놓겠다는 뜻이다. 곧바로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즈네프트가 “하루 원유 생산량을 50만 배럴까지 증산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아람코는 이날 “하루 산유 능력을 1300만 배럴까지 늘리겠다”고 추가 공지했다. 이에 아랍에미리트(UAE)도 다음달부터 30% 이상 증산하겠다며 유가 전쟁에 가세했다. 시쳇말로 ‘묻고 더블로 가는’ 형국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우디의 칼리드 알 팔리 투자부 장관이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노바크 에너지부 장관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간 협의 채널 복원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20-03-1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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