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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여성 권리 퇴보 중… 이미 전체주의가 보인다”

“미국은 여성 권리 퇴보 중… 이미 전체주의가 보인다”

이슬기 기자
입력 2020-03-04 23:20
업데이트 2020-03-05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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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소설가 애트우드의 비판

암울한 미래 그린 ‘증언들’ 작년 부커상
‘시녀 이야기’ 미투·트럼프 반대에 활용
美공화 낙태권 제한 디스토피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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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든한 살의 고령인 마거릿 애트우드는 ‘증언들’ 이후의 후속작 집필 계획에 대해서는 손을 내저었다. 그는 “시간이 촉박하다. 소설을 쓰려면 첫 구상에서부터 집필까지 보통 3~4년이 걸린다. 어쩌면 조만간 그런 장기 프로젝트는 엄두도 못 내는 상태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Liamsharp
올해 여든한 살의 고령인 마거릿 애트우드는 ‘증언들’ 이후의 후속작 집필 계획에 대해서는 손을 내저었다. 그는 “시간이 촉박하다. 소설을 쓰려면 첫 구상에서부터 집필까지 보통 3~4년이 걸린다. 어쩌면 조만간 그런 장기 프로젝트는 엄두도 못 내는 상태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Liamsharp
“미국은 이미 ‘길리어드’의 근간이 도사리고 있는 나라다. 많은 주에서 최선을 다해 여성의 권리를 퇴보시키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이런 자문을 해보길 바랐다. ‘미국이 전체주의로 나아간다면 어떤 모습의 전체주의 국가가 될 것인가?’”

1948년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를 통해 전체주의 정권이 들어선 자국을 그렸다. 그런데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81)는 자국 대신 미국의 암울한 미래를 그렸다. 길리어드는 1985년에 출간된 그의 디스토피아 소설 ‘시녀 이야기’(1985)와 후속작인 ‘증언들‘(2019)의 배경이 되는 근미래 미국의 모습이다.

전지구적인 전쟁과 환경 오염, 출생률 감소라는 악조건 속에서 등장한 길리어드는 여성을 오직 자궁이라는 생식 도구를 가진 개체로만 본다. 최근 2년 사이에만 1000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시녀 이야기’는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2017)의 원작이 됐고,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운동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반대 운동의 상징으로 쓰였다. 애트우드는 ‘증언들’로 지난해 부커상을 받았다.

애트우드는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시대에 그의 소설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 “둘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향해서도 날 선 말을 쏟아냈다. “그를 지지하는 일부 백인우월주의자들은 대개 여성 혐오까지 겸하고, 과학도 경멸하기 때문에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여성이 사실에 근거해 어떠한 추론을 펼친다고 귀를 기울일 사람들도 아니다.”

다소 극단적인 설정이었던 길리어드가 실제로 재현될 가능성에 대해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고, 어디서든 가능하다”며 “최근 미 상원의 행동도 고무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는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낙태권 제한을 밀어붙이는 움직임 등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반동은 이미 미국 일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최근 미투·페미니즘을 두고 “내 연배의 사람들은 1970년대 제2세대 페미니즘도 겪었겠지만 이번에는 소셜미디어로 일어났고, 이전에도 ‘백래시’(Backlash·반발 심리)는 있었다”고 말했다. “‘시녀 이야기’도 80년대 백래시 기간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언급한 애트우드는 “종류를 막론하고 인권은 계속해서 분투 중인 사안이며, 여성의 인권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20-03-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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