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머리 기르면 지능 낮아져”…북한, 외모 단속으로 기강잡나

입력 : ㅣ 수정 : 2020-02-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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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엔 단발·남자엔 김정은식 ‘패기 머리’ 권유…“이색적인 옷차림 안돼”
코로나19 예방 마스크 쓰고 걷는 평양 주민들 북한 평양 광복거리에서 26일 주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걸어가고 있다.  평양 AP 연합뉴스

▲ 코로나19 예방 마스크 쓰고 걷는 평양 주민들
북한 평양 광복거리에서 26일 주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걸어가고 있다.
평양 AP 연합뉴스

“여성들이 미를 돋군다고 하면서 머리를 길게 자래우는 것은 보기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여성들의 지능에 영향을 준다.”

2020년에 나온 지침이라기엔 어색하지만, 실제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준수를 요구하고 있는 내용이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지난 28일 ‘단정한 옷차림과 고상한 머리 단장’ 제목의 기사에서 “여자들은 간결하고 단순한 머리 형태들인 단발머리, 묶음 머리, 땋은 머리가 좋다”며 긴머리를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중년의 여인들에 대해서도 “연한 파장의 파마머리로서 여러 가지 장식을 해줄 수 있다”면서 “머리를 길게 자래우면 인체가 소모하는 영양물질도 많아지기 때문에 여성들은 머리를 너무 길게 자래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주문했다.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2018년 공개한 평양의 고급편의시설 창광원 미용실의 머리 형태 도안을 보면 제비형, 나비형, 포도형, 갈매기형, 물결형, 날개형, 봉우리형, 파도형 등이 제시돼 있다.

짧은 스타일이 주를 이루고, 길어도 어깨를 살짝 덮는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머리를 기르지 말라는 지침이 모든 여성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는 공식 석상에서 대체로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스타일을 보여준다. 김 위원장의 측근 중 한 명인 현송월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쇄골을 가뿐하게 넘길 만큼 머리를 길렀다.

민주조선은 이어 “청소년 시기는 기름과 땀 분비가 제일 많은 시기이며 따라서 머리칼이 불결해지기 쉽다”며 “남자들의 경우 상고머리나 패기 머리와 같은 짧은 머리가 좋다”고 권고했다.

‘패기 머리’란 옆과 뒷머리를 짧게 올려 자르고 앞과 윗머리만 길게 남긴 헤어스타일을 북한에서 표현하는 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머리가 대표적이다.

민주조선은 또 “일상생활에서 옷차림에 무관심하고 옷차림을 되는대로 하는 것은 문명하지 못한 표현”이라며 단정한 옷매무새를 당부했다.

이어 “현대적 미감이 나게 한다고 하면서 이색적이고 비문화적인 옷차림을 하는 것 또한 사회 전반에 문명한 생활 기풍을 확립하는 데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옷차림을 다양하면서도 고상하게 하고 다녀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처럼 ‘머리를 기르면 지능이 낮아진다’ 식의 근거 없는 지침을 내리는 건 그만큼 사회적 기강을 다잡을 필요성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반증으로 보인다.

주민들의 시장 참여가 늘면서 자본주의적 문화와 생활양식이 차츰 스며들고, 그런 현상이 외모에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27일 ‘도덕은 우리 사회를 떠받드는 기초’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시기 동유럽 사회주의 나라들에서는 사람들이 썩어빠진 부르주아 사상문화에 현혹되어 정신 도덕적으로 부패 변질됐다”면서 전 사회적으로 도덕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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