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격리 병동이 낳은 ‘대남병원 코로나19 비극’···코호트 격리 최선일까

입력 : ㅣ 수정 : 2020-02-2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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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집중된 청도 대남병원
그 배경에는 폐쇄병동의 열악한 현실이
전문가들 “코호트 격리할 적합한 환경인지 고민해야”
22일 오후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도시락을 옮기고 있다. 2020.2.2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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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도시락을 옮기고 있다. 2020.2.22 연합뉴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사망자 대부분이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나오면서 비극의 배경에 폐쇄병동의 열악한 현실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20년 장기 입원으로 이미 환자들이 건강이 약해진 상황인 데다가 대부분 가족들과의 단절을 겪고 있는 등 여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대남병원이 코호트 격리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날 장애인 인권 단체들은 집단감염 사태의 인권적 해결을 촉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경북 청도 대남병원과 관련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모두 114명이다. 이중 103명은 환자, 10명은 직원, 1명은 가족 접촉자다. 이 가운데 7명은 사망했고, 환자 대다수인 80명은 해당 병원에 남아 코호트 격리 중이다. 코호트 격리는 특정 질병에 노출된 환자와 의료진을 동일 집단으로 묶어 격리하고 확산 위험을 줄이는 조치를 의미한다. 원칙적으로 같은 질병에 걸린 환자들이 대상이며 한 장소에서 환자들을 1인 1실에 준하는 격리 상태로 관리해 외부에 대한 노출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확진자 1명 사망한 청도 대남병원  20일 국내 첫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104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새로 확진된 53명 가운데 13명이 경북 청도 대남병원 관련자였으며 이 가운데 한 명이 숨졌다. 이날 오후 폐쇄된 대남병원 출입구 앞에서 취재진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청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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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진자 1명 사망한 청도 대남병원
20일 국내 첫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104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새로 확진된 53명 가운데 13명이 경북 청도 대남병원 관련자였으며 이 가운데 한 명이 숨졌다. 이날 오후 폐쇄된 대남병원 출입구 앞에서 취재진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청도 연합뉴스

대남병원에서의 코호트 격리는 열악한 현실을 보여준다. 김신우 경북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신과적인 치료와 감염·호흡기 내과적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수용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단 대남병원에 코호트 격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서울 중곡동 병원의 병실을 비워 대남병원 환자들을 이송해 입원시킬 준비를 마쳤지만 내과 의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남병원이 코호트 격리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폐쇄병동의 경우 애초에 자연 환기가 어려운 데다가 대남병원은 침대 없이 온돌에 한꺼번에 환자를 수용하는 방식이어서 집단감염의 우려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공동대표는 “대남병원은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처럼 바이러스 밀도가 매우 높을 것”이라면서 “그곳에서 당장 환자들을 빼내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 역시 “코호트 격리는 일단 최선의 조치지만 폐쇄병동인 만큼 자주 환기와 소독을 하는 등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4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의료진이 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차량에 태우고 있다. 최근 대남병원에서는 장기입원 환자를 중심으로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청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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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의료진이 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차량에 태우고 있다. 최근 대남병원에서는 장기입원 환자를 중심으로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청도 연합뉴스

장기입원 환자들이 주를 이루는 폐쇄병동의 특성도 집단감염을 가속화했다. 이영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이사는 “오랜 폐쇄병동 생활로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가족들과 단절된 경우가 많아 손을 써보기도 전에 사망에 이른 케이스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26일 정례브리핑에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여러 가지 면에서 열악한 상황”이라면서 “현재 중증도에 따라 분류하고 이동하는, 필요한 경우 이송하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대남병원이나 칠곡 밀알사랑의집 등 집단감염 사태를 보다 인권적으로 해결한 방법을 찾아달라는 취지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여러명이 한 방을 사용하는 정신병동을 그대로 유지한 채 코호트 격리 조치를 하는 것은 경증을 중증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피할 곳도 없이 폐쇄된 시설 안에서 억울하게 죽어가는 장애인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기관들이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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