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총격 모두 물담배 ‘시샤 바’ 겨냥…사건 발생 1시간 뒤 용의자 숨진 채 발견
20일(현지시간) 새벽 독일 헤센주 공업도시 하나우에서 경찰 감식반 요원들이 전날 밤 발생한 무차별 총격 사건으로 파손된 차량 주변을 수습하고 있다. 하나우에서 물담배를 피울 수 있는 술집 두 곳에 총격을 가한 뒤 도주한 용의자 남성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우선 이 남성의 단독범행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나우 로이터 연합뉴스
하나우 로이터 연합뉴스
AP통신 등은 이날 오후 10시쯤 하나우 도심에서 한 남성이 차량을 운전하며 무차별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현지 경찰의 성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1차 총격은 하나우 시내에서, 2차 총격은 도시 서쪽 케셀슈타트에서 발생했으며 모두 도심의 ‘시샤 바’에 있는 사람들을 겨냥했다. ‘시샤’는 중동에서 유래한 물담배를 의미한다. 목격자들은 1차 총격에서만 8~9발의 총성이 울렸다고 전했다.
경찰은 즉각 용의자 추격에 나섰고, 사건 발생 1시간쯤 뒤에 용의자가 자택에서 다른 한 명과 함께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확한 범행 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독일 일간지 빌트를 인용해 용의자가 “독일이 추방하지 못하고 있는 특정 민족을 제거한다”며 극우 성향을 드러낸 편지를 남겼다고 보도했다.
총격의 희생자 중에는 중동 소수민족인 쿠르드계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사건 장소는 시샤로 알려진 물담배를 피우기 위해 중동과 다른 아시아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면서 “사건의 진상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시샤바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단순히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최근 기승을 부리는 극우세력이나 이 같은 이념에 경도된 ‘외로운 늑대’ 범죄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10월 독일 할레의 유대교회당 인근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아마존 게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치를 통해 35분간 생중계돼 충격을 준 바 있고, 올해 1월 슈투트가르트 인근 소도시 로트암제에서 26세 남성이 자신의 부모를 포함해 일가족 6명을 총기로 살해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독일은 총기 소유가 불법은 아니지만, 총기 판매를 엄격히 통제해 직업 등을 이유로 한 합법적 총기 소지자는 140만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2-21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