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에 뭍인가” 훈센 총리 크루즈선 내리는 승객 손 맞잡아

입력 : ㅣ 수정 : 2020-02-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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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크루즈 유람선 웨스테르담 호에서 2주 만에 내린 승객들이 14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항만에 첫 발을 내딛은 뒤 감격해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시아누크빌 AP 연합뉴스

▲ 호화 크루즈 유람선 웨스테르담 호에서 2주 만에 내린 승객들이 14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항만에 첫 발을 내딛은 뒤 감격해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시아누크빌 AP 연합뉴스

다섯 나라에서 퇴짜를 맞은 호화 유람선 웨스테르담 호 승객들을 받아들인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가 14일 남서부 시아누크빌 항만에 나와 배에서 처음 내린 승객들의 손을 맞잡고 환영하고 있다. 시아누크빌 AP 연합뉴스

▲ 다섯 나라에서 퇴짜를 맞은 호화 유람선 웨스테르담 호 승객들을 받아들인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가 14일 남서부 시아누크빌 항만에 나와 배에서 처음 내린 승객들의 손을 맞잡고 환영하고 있다.
시아누크빌 AP 연합뉴스

다섯 나라에서 퇴짜를 맞고 바다 위를 떠돌다 전날 캄보디아에 입항한 크루즈선 ‘웨스테르담’ 호에 탑승한 2200여명 가운데 코로나19 환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승객들이 14일 배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캄보디아 보건부는 전날 밤 늦게 남서부 시아누크빌 항만 근처에 정박 중이던 웨스테르담 호 탑승객 전원의 하선을 허가했다. 보건팀이 직접 배에 올라 승객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했고 감기 등의 증세를 보이는 20명의 샘플을 검사한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승객들이 14일 오전 배에서 내리기 시작했고,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마스크를 쓰지도 않은 채로 선착장에 나와 승객들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손을 맞잡고 포옹하기도 했다. 한 미국인 부부는 훈센 총리에게 감사의 뜻으로 초콜릿을 선물하기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 크루즈선에는 승객 1455명과 승무원 802명이 타고 있었다. 선사는 홀랜드 아메리카, 미국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업체 소속이다. 41개국 출신 승객 1455명 가운데 미국인이 651명으로 가장 많고, 승무원 802명 중에도 미국인이 15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배에서 내린 미국인 여행객 조 스피치아니는 AP 통신에 “심지어 미국령 괌도 안 그랬는데, 캄보디아만 우리에게 내릴 수 있게 해줬다. 여기 계신 모든 분께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전날 밤부터 승객들이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뻐했고, 하선이 시작되자 수백명이 데크로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배에서 내린 탑승객들은 미리 준비된 버스를 타고 시아누크빌 공항으로 간 뒤 전세기 편으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으로 이동해 각자 여객기를 이용해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선사인 홀랜드 아메리카는 전세기 편 준비 상황에 따라 탑승객들이 모두 크루즈선에서 내리는 데 며칠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14일에는 승객 414명이 프놈펜으로 이동하고 크루즈선은 오는 17일 출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훈센 총리는 전날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진짜 질병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두려움”이라며 “위급한 시기에 인도주의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에도 “코로나19보다 최악인 것은 차별이다. 캄보디아 국민이 질병에 걸렸다고 다른 나라에 있는 상점 입장이 거부되면 기분이 어떻겠느냐? 중국인도 사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의 확산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과의 직항노선 운항을 중단하라는 여론이 비등하자 답으로 내놓은 발언이었다. 훈센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와 경제적 타격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또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에 있는 유학생 등 자국민을 철수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애초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을 찾겠다고 공언했다가 중국의 설득을 받아들여 지난 5일 베이징을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하기도 했다.

이 크루즈선은 지난달 말 싱가포르에서 출항해 홍콩에 기항한 뒤 지난 1일 다시 바다로 나왔지만, 코로나 19 환자가 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일본, 대만, 괌, 필리핀, 태국 정부로부터 잇따라 입항을 거부당해 2주 동안 바다를 떠돌았다.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이 크루즈선에 한국인 관광객이나 승무원은 타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얼마 전 이 크루즈의 입항을 거부했던 태국 정부가 유럽인들이 다수 승객인 크루즈선 두 척의 입항을 허가해 안팎의 비난을 듣고 있다. 태국 정부 관리들은 유럽인들이 다수 승객이라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적고 기항 시간이 10시간 안팎으로 짧다는 이유를 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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