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경로 두고 中정부-지자체 ‘딴소리’
보건당국, 상하이市 발표에 “근거 없다”일일 확진자 4000→2000명대로 급감
‘천산갑’이 바이러스 중간 매개체 가능성
채취 균주·환자의 균 염기서열 99% 일치
‘폐렴’ 최초 폭로한 의사 리원량 애도 물결
교수들 “언론자유 보장을”… 시진핑 비판
정부, 민심 들끓자 SNS 정지 등 언론통제
중국 상하이시 민정국의 청췬 부국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신종 코로나 주요 감염경로는 직접 전파와 접촉 전파, 에어로졸 전파 등 세 가지”라고 밝혔다. 에어로졸은 1~5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비말 입자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실내 공간에서 떠다니는 것을 말한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 사스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도 일부 사례에서 에어로졸 전파가 확인됐다. 다만 에어로졸 전파는 1㎛ 이하 초미세 입자가 실외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퍼지는 ‘공기 전파’만큼 감염력이 크진 않다.
이에 대해 중국 내 신종 코로나 ‘컨트롤타워’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9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아직까지 신종 코로나가 에어로졸을 통해 전파된다는 증거는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신종 코로나 감염경로로 에어로졸 전파를 인정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 발생 두 달 만에 2003년 사스 때의 기록(확진환자 8273명, 사망자 775명)을 모두 앞섰지만 한때 4000명 가까이 치솟던 중국 내 일일 확진환자 수가 8일 2000명대로 떨어져 한 가닥 희망을 준다. 중국 정부의 강력 대응이 서서히 효과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천산갑.
AFP 연합뉴스
AFP 연합뉴스
중국의 의사 리원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숨진 다음날인 지난 7일 그가 입원했던 후베이성 우한의 병원 입구에서 한 시민이 영정사진 주변에 꽃다발을 내려놓고 있다. 리원량은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의 위험성을 처음 공론화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신종 코로나 감염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다가 자신도 감염돼 세상을 떠났다.
우한 EPA 연합뉴스
우한 EPA 연합뉴스
베이징대 법학 교수인 장첸판도 “정부는 2월 6일(리원량 사망일)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웨이보에서 ‘나는 언론의 자유를 원한다’, ‘나는 이 나라를 사랑하지만 통치자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등의 글이 나오고 있다. 리원량의 어머니는 동영상 플랫폼 리스핀에 게시물을 올려 주민들을 살리고자 최전선에 나선 아들의 결정을 지지하며 “그들(경찰)이 (리원량 검거에 대해) 아무 해명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괜찮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중국 정부는 언론 통제로 맞섰다. 중국의 대표적 SNS인 위챗 계정 상당수가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린다’는 이유로 정지당했다. 중국 의료계에도 “신종 코로나와 관련된 얘기를 하지 말고 위챗에 관련 정보를 전하지 말라”는 함구령이 내려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20-02-10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