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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교민 환영합니다”…주민들이 SNS 응원 나선 이유

“우한 교민 환영합니다”…주민들이 SNS 응원 나선 이유

오세진 기자
입력 2020-02-02 17:57
업데이트 2020-02-0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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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샷 캠페인 참여한 주민 5명 인터뷰

충북 진천군에 사는 김진혁(왼쪽)씨와 충남 아산시에 사는 강유정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손피켓 사진. 강유정·김진혁씨 제공
충북 진천군에 사는 김진혁(왼쪽)씨와 충남 아산시에 사는 강유정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손피켓 사진. 강유정·김진혁씨 제공
아산·진천 주민들 우한 교민 환영 응원
캠페인 제안자 “교민들 위로하고 싶었어”
“반대 주민들도 실은 교민 돕고 싶었을 것”


지난달 31일 밤 충북 진천군에 사는 김진혁(36)씨 집 거실에서 밝게 빛나는 건물 하나가 보였다. 공무원인재개발원이었다. 같은 날 오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전세기를 타고 온 국민 368명 중 156명이 이곳에 입소했다.

김씨는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가 양손으로 들고 있던 스케치북에는 ‘충북혁신도시 시민과 진천군민은 우한 교민을 환영합니다. 진천에서 안전하게 계시다가 건강하게 돌아가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씨는 “반대 행동에 나섰던 분들도 결국 마음의 문을 열었다. ‘우한 교민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진천·아산 주민들을 향한 오해가 심해지는 것 같아서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우한 교민들의 임시생활시설로 지정된 진천군 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는 우한 교민 반대 집회가 열렸다. 언론 보도는 마치 아산·진천의 모든 주민들이 우한 교민이 오는 것을 반대한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우한 교민들을 환영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소셜미디어에서 ‘우리는 아산이다’(#we_are_asan), ‘우리는 진천이다’(#we_are_jincheon) 캠페인이 일어났다. 서울신문은 2일 이 손피켓 릴레이 캠페인에 참여한 주민 5명과 인터뷰를 했다.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엄미영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손피켓 사진. 엄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중국 우한에서 온 교민들을 환영한다’는 취지의 ‘우리는 아산이다’(#we_are_asan) 인증샷 캠페인을 시작했다. 엄미영씨 제공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엄미영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손피켓 사진. 엄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중국 우한에서 온 교민들을 환영한다’는 취지의 ‘우리는 아산이다’(#we_are_asan) 인증샷 캠페인을 시작했다. 엄미영씨 제공
■“어려울수록 도와야…” 지금은 합심할 때

아산에 살고 있는 강유정(28)씨는 공책에 ‘우리는 서로의 안전망입니다’라고 적었다. 강씨는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 안전망도 있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배려하는 것도 사회 안전망”이라면서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한 교민이 전세기를 타고 1차로 입국한 지난달 31일 오전부터 우한 교민 반대 집회는 거리에서 사라졌다.

또 다른 아산 주민 장모(51)씨도 처음엔 우한 교민 임시생활 지역이 아산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특히 ‘정부가 처음에는 천안으로 정했다가 천안 시민들이 반발해 진천, 아산으로 변경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고 “우리를 봉으로 보냐”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가방에 걸려 있는 노란색의 ‘세월호 리본’이 눈에 들어왔다. 장씨는 “‘세월호 참사 때 누군가가 도움을 줬다면 어린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복잡했다”면서 “지금 우리가 우한 교민들을 돕지 않으면 더 큰 어려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이 캠페인을 처음 제안한 엄미영(47)씨는 “우한에서 힘들게 나온 교민들을 위로하고 싶었고, 교민들을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손피켓을 들고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게시물을 공유했다. 같은 생각을 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사실에 제가 더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충북 진천군에 거주하는 김진혁씨가 지난달 3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 김씨 뒤로 중국 우한 교민들이 임시로 생활하고 있는 공무원인재개발원에 불이 켜진 모습이 보이고 있다. 김진혁씨 제공
충북 진천군에 거주하는 김진혁씨가 지난달 3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 김씨 뒤로 중국 우한 교민들이 임시로 생활하고 있는 공무원인재개발원에 불이 켜진 모습이 보이고 있다. 김진혁씨 제공
■“지역 이기주의로만 보지 않길”

지금은 우한 교민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더 커진 양상이지만, 한때 우한 교민들이 귀국 후 임시로 지낼 지역을 정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보도된 정부 관계자의 말은 진천·아산 주민들에게 상처가 됐다.

김씨는 “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부터 1km 반경에 주민 2만 6000여명이 살고 있다. 바로 옆에는 어린이집이 있고, 큰길 하나만 건너면 아파트 단지”라면서 “그런데 정부 관계자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거주지와 많이 떨어져 있어 문제가 없다’는 식을 말을 하니까 당황스러웠고, 그런 말들이 하나하나 상처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이런 사정이 있는데 ‘진천 농산물 불매 운동을 하자’는 댓글을 보고 속상했다”면서 “다른 지역에 사는 분들은 지역 이기주의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이해한다. 그런데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입장도 함께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산 주민 임대혁(49)씨도 “트랙터와 농기계로 도로를 막았던 아산 일부 주민들도 원래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 것”이라면서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커졌는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방역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우한 교민들이 임시생활시설에서 어떻게 지낼 예정인지 등을 사전에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해서 어쩔 수 없이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임대혁씨가 ‘중국 우한 교민들을 환영한다’면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인증샷. 임대혁씨 제공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임대혁씨가 ‘중국 우한 교민들을 환영한다’면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인증샷. 임대혁씨 제공
충남 아산에 살고 있는 장모씨도 ‘우리는 아산이다’ 인증샷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손피켓 사진을 올렸다. 장모씨 제공
충남 아산에 살고 있는 장모씨도 ‘우리는 아산이다’ 인증샷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손피켓 사진을 올렸다. 장모씨 제공
지난달 20일 첫 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이날 현재까지 확진 환자는 15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관련 인터넷 뉴스를 보면 우한에 다녀온 사람들을 비난하는 댓글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임씨는 “신종 코로나가 발생한 것이 우한 교민들 잘못은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강씨도 “문제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다”면서 “그런 비난은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과 전날 두 차례에 걸쳐 우한 교민이 전세기를 타고 입국했다. 1차로 귀국한 교민은 총 368명, 2차로 귀국한 교민은 총 333명이다. 정부는 우한에 남은 교민 200여명에 대해 귀국 수요에 따라 전세기 추가 투입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엄씨는 “우한 교민들이 임시생활시설에서 마음 편히, 건강하게 잘 머물다가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면서 “아직 우한에 있는 교민들도 걱정이 많이 되는데, 많은 국민들이 응원하고 있으니까 용기를 잃지 말고 힘내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장씨는 “전에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국민들이 힘을 합쳐 극복한 경험이 있다”면서 “지금은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충남 아산 주민인 강유정씨가 “우리는 서로의 사회안전망”이라면서 중국 우한에서 온 교민들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강유정씨 제공
충남 아산 주민인 강유정씨가 “우리는 서로의 사회안전망”이라면서 중국 우한에서 온 교민들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강유정씨 제공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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