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뒤엔 되돌릴 수 없다” 청계천·을지로 일방적 재개발 중단 요구

입력 : ㅣ 수정 : 2020-01-31 19:29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청계천·을지로 상인들, 서울시에 재개발 협의체 촉구

서울 청계천 을지로 소상공인들이 31일 서울 중구 관수교 사거리에서 서울시에 “청계천 을지로 일대 일방적인 재개발을 중단하고,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백년가게 수호국민운동본부 제공

▲ 서울 청계천 을지로 소상공인들이 31일 서울 중구 관수교 사거리에서 서울시에 “청계천 을지로 일대 일방적인 재개발을 중단하고,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백년가게 수호국민운동본부 제공

“땅이 강제수용돼 저와 세입자들이 내쫓긴다는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득이 개발한다면 외부에서 온 시행사 말고 세입자, 토지주와 합의하여 건물을 짓는 것이 합당합니다.”

31일 오후 2시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공포를 무릅쓰고 서울 청계천 관수교 근처에 상인들이 운집했다. 마스크를 나눠쓴 상인들 사이로 세운3-2구역 토지주 백모씨가 무대가 마련된 차량에 올랐다. 백씨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계자들께서 꼭 현장을 직접 방문해 보시고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 청계천 을지로 소상공인들이 31일 서울 중구 관수교 사거리에서 서울시에 “청계천 을지로 일대 일방적인 재개발을 중단하고,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백년가게 수호국민운동본부 제공

▲ 서울 청계천 을지로 소상공인들이 31일 서울 중구 관수교 사거리에서 서울시에 “청계천 을지로 일대 일방적인 재개발을 중단하고,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백년가게 수호국민운동본부 제공

소상공인연합회 백년가게수호국민운동본부, 청계천 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한국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 등이 서울시에 도심 재개발을 중단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지난 9일이다. 그 때에도, 또 이날도 요구는 한결 같았다.

이들은 “서울시가 청계천·을지로에 ‘도심 슬럼화’라는 딱지를 붙이고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청계천에 있는 1500여 사업자와 수만명의 종사자들이 생업을 잃고 거리에 나앉게 되었다”면서 “박 시장이 올해 1월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을 전면 중단하고, 연말까지 산업생태계를 보전하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알렸다.

최승재(앞줄 왼쪽 세번째) 소상공인연합회 회장과 서울 청계천 을지로 소상공인들이 31일 서울 중구 관수교 사거리에서 서울시에 “청계천 을지로 일대 일방적인 재개발을 중단하고,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백년가게 수호국민운동본부 제공

▲ 최승재(앞줄 왼쪽 세번째) 소상공인연합회 회장과 서울 청계천 을지로 소상공인들이 31일 서울 중구 관수교 사거리에서 서울시에 “청계천 을지로 일대 일방적인 재개발을 중단하고,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백년가게 수호국민운동본부 제공

1년 전, 지난해 1월 박 시장은 용산참사와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선포하며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을 전면 중단하고 그 해 연말까지 청계천·을지로 등 문화유산 보존이 필요한 지역 등의 산업생태계를 긴밀히 연계해 발전시키겠다는 대안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해를 넘긴 지금까지 대안이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재개발은 속도를 내고 있다고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설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재개발 시행사는 지난 1년 동안 청계천 소상공인을 불안에 떨게하고 있다”면서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석달 만에 세운정비촉진기구 3-1, 3-4 3-5 구역 400여개 점포가 철거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속도전 와중에 시행사는 소상공인들에게 수억~수십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사업자 통장을 차압하는 등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았으며, 서울시가 미적대는 동안 또다시 소상공인들에게 공문을 보내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개발로 밀려난 상인들이 공구거리 주변 빈 점포로 몰려 주변 임대료가 치솟고 있으며, 이를 감당 못해 먼 곳으로 이주하는 상인들은 사업네트워크를 잃고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서울 청계천 을지로 소상공인들이 31일 서울 중구 관수교 사거리에서 서울시에 “청계천 을지로 일대 일방적인 재개발을 중단하고,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백년가게 수호국민운동본부 제공

▲ 서울 청계천 을지로 소상공인들이 31일 서울 중구 관수교 사거리에서 서울시에 “청계천 을지로 일대 일방적인 재개발을 중단하고,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백년가게 수호국민운동본부 제공

소상공인들이 박 시장의 현장 방문, 시와 상인들 간 협의체 구성을 통한 소통 주장을 이어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토지주 백씨의 눈에 비친 ‘보존 대상’을 공유하고 싶어서다. 무대에 오른 백씨는 “(재개발 대상)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최고 가는 기술 장인들이 운영하는 작고 큰 공장이 수도 없이 많은 곳으로 이 곳에서 세계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재료와 부품들이 제작되고 유통된다”고 설명했다. 노포인 을지면옥, 양미옥, 조선옥이 성냥곽 같은 현대식 건물이 아닌 저마다의 특성을 지닌 공간에 터를 마련한 곳이기도 하다.

“새로운 것들은 차고 넘치지만, 오래된 옛 것은 돈을 들여 만들거나 살 수도 없습니다. 철거 뒤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백씨는 연설을 이렇게 끝맺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