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낡은 벽시계 / 고재종

입력 : ㅣ 수정 : 2020-01-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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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시원-생명이야기/금동원  72.7×60.6㎝, 캔버스에 아크릴, 2001 서양화가, 1995년 아트 앤드 워즈 멜버른 최고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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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의 시원-생명이야기/금동원
72.7×60.6㎝, 캔버스에 아크릴, 2001
서양화가, 1995년 아트 앤드 워즈 멜버른 최고작가상

낡은 벽시계 / 고재종

사회복지사가 비닐 친 쪽문을 열자

훅 끼치는 지린내, 어두침침한 방에서

두 개의 파란 불이 눈을 쏘았다

어둠에 익숙해지자 산발한 노인의 품에 안긴

고양이가 보이고, 노인의 게게 풀린 눈과

침을 흘리는 입에서 알 수 없는 궁시렁거림,

그 위 바람벽의 사진 액자 속에서

예닐곱이나 되는 자녀 됨 직한 인총들이

노인의 무말랭이 같은 고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람이라면 마지막으로 모여들게 되는

그 무엇으로 되돌릴 수 없는 이 귀착점에서

일주일에 세 번씩 고양이의 형광에 저항하며

노인의 극심한 그르렁거림을 지탱시키느라

사회복지사는 괘종시계 태엽을 다시 감는다

***

인도 콜카타에 ‘파라곤’과 ‘마리아’라는 이름의 게스트하우스가 있습니다. 빈대가 바글거리고 유리창이 깨져 밤이면 비둘기가 방까지 들어오지요. 세상에서 가장 허름한 이 여행자 숙소는 콜카타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로 불립니다. 여행자들의 다수는 이른 아침 빈대에 물린 살갗을 비비며 마더 데레사 하우스로 출근합니다. 가난하고 병든 이들이 임종을 맞이하는 장소지요. 젊은 여행자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모습,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삶이 궁핍하세요? 절망적이라구요? 두세 달 시급 모으세요. 콜카타행 비행기를 타요. 현지 비자도 가능해요. 마리아에 묵으며 한 달간 데레사 하우스에 출근하는 거예요. 생에 대한 용기 다시 찾을 것입니다. 시 속의 사회복지사분, 콜카타 꽃시장의 재스민 꽃목걸이를 드립니다.

곽재구 시인
2020-01-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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