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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카드 펼치니 손글씨로 “상하이 교도소 죄수들인데 도와달라”

성탄 카드 펼치니 손글씨로 “상하이 교도소 죄수들인데 도와달라”

임병선 기자
입력 2019-12-22 21:22
업데이트 2019-12-2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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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는 처음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는 성탄 카드 안쪽의 문구 적는 란에 적혀 있던 상하이 칭푸 교도소 수감자들의 사연을 함께 게재했지만 필적 감정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문제의 카드 상자 사진만 노출시켰다.
영국 BBC는 처음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는 성탄 카드 안쪽의 문구 적는 란에 적혀 있던 상하이 칭푸 교도소 수감자들의 사연을 함께 게재했지만 필적 감정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문제의 카드 상자 사진만 노출시켰다.
“우리는 중국 상하이 칭푸 교도소에 수감된 외국인 죄수들입니다. 우리의 의사와 관계 없이 강제 노역을 하고 있어요.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인권 기관에 신고해주세요.”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의 런던 남부 지점에서 1.5파운드를 주고 귀여운 고양이들이 산타 모자를 쓰고 있는 그림이 새겨진 자선 성탄 카드 상자를 구입한 여섯 살 소녀 플로렌스 위디콤이 상자를 열어 카드를 꺼냈는데 그 중 하나에 이런 내용이 적힌 손글씨 편지가 들어 있었다고 일간 선데이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아울러 이 편지를 본 사람은 칭푸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는 기자 피터 험프리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2014년에 칭푸 교도소에 수감됐던 험프리 기자는 이듬해 석방됐다.

위디콤 가족이 링크드인(Linkedin)을 검색해 험프리 기자에게 연락했고, 험프리는 다른 수감 전력자들과 접촉해 문의하니 지금도 죄수들이 하잘것 없는 것들을 모으거나 포장하는 노역에 동원된다는 말을 들려줬다.

당연히 험프리 기자가 이 기사를 작성했는데 교도소의 검열 강화로 석방 전에 만났던 죄수들과 접촉하던 방법도 모두 끊겼다며 “죄수들은 이제 병속에 메시지를 넣어 보내는 방식처럼 테스코 성탄 카드에 숨기게 됐다”고 말했다.
테스코에서 구입한 성탄 카드를 작성하다 갑자기 중국 상하이 칭푸 교도소에 수감된 외국인 죄수들이 적은 것으로 보이는 편지를 발견해 깜짝 놀랐다는 여섯 살 소녀 플로렌스 위디콤.
테스코에서 구입한 성탄 카드를 작성하다 갑자기 중국 상하이 칭푸 교도소에 수감된 외국인 죄수들이 적은 것으로 보이는 편지를 발견해 깜짝 놀랐다는 여섯 살 소녀 플로렌스 위디콤.
플로렌스는 학교 친구들에게 보낼 성탄 카드에 문구를 적어넣었는데 여섯 번째 카드를 열자 이미 카드에 뭔가가 적혀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아빠 벤은 처음에는 장난인가 싶었는데 찬찬히 생각할수록 이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진지하게 외부에 알리고 싶어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험프리 기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책임이 자신들에게 부여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테스코 대변인은 “우리는 이런 문제가 제기된 데 충격을 받아 즉각 문제의 카드들을 제작한 공장의 카드 제작을 당분간 중단시키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성탄 카드를 인쇄한 곳은 중국 저장성에 있는 윤광 인쇄소이며 실제로 죄수들을 작업에 동원했는지 알아보고 확인되면 공급업체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면적인 회계 시스템을 돌려 강제 노역을 통해 이윤을 착취했는지도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난달 점검했을 때만 해도 문제의 공장이 죄수들을 노역에 동원하지 말라는 원칙을 어기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혔다. 또 자선용 성탄 카드를 판매해 해마다 30만 파운드 정도를 영국 심장재단과 UK 암연구, 당뇨병 UK 등에 기탁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다른 고객들로부터 성탄 카드 안에 들어 있는 메시지와 관련된 불만이 제기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중국 죄수들이 서구 시장에 내놓는 제품에다 메시지를 몰래 숨겨 내보내는 일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줄리 키스는 핼러윈 장식을 구입했는데 한 죄수가 고문과 박해를 받아 노역에 동원됐다고 털어놓는 편지를 발견한 일이 있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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