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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피해 달아난 가족 ‘금빛 눈동자의 토끼’ 오스트리아 박물관에 기증

나치 피해 달아난 가족 ‘금빛 눈동자의 토끼’ 오스트리아 박물관에 기증

임병선 기자
입력 2019-11-07 09:28
업데이트 2019-11-0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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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의 유대인 박물관에서 개막한 에프러시 가문 콜렉션 전시에 포함된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금빛 눈동자의 토끼와 수컷 호랑이. 빈 유대인 박물관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오스트리아 빈의 유대인 박물관에서 개막한 에프러시 가문 콜렉션 전시에 포함된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금빛 눈동자의 토끼와 수컷 호랑이.
빈 유대인 박물관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나치 독일의 손아귀를 벗어나 영국으로 이주했던 오스트리아 에프러시(Ephrussi) 가문의 한과 슬픔을 담은 콜렉션이 빈의 유대인 박물관에 기증됐다.

에드문트 드발이 2011년 쓴 베스트셀러 ‘금빛 눈동자의 토끼(The Hare with Amber Eyes)’는 일본 네쓰케(根付, netsuke) 264점에 얽힌 가문의 슬픈 역사를 담고 있다. 네쓰케는 일본 남자들이 인로(印籠, 길잡이 물건)나 담뱃대, 담배 쌈지를 허리띠에 매달기 위해 사용했던 장식품으로 상아 등을 조각해서 만들며 도쿠가와(德川) 시대에는 훌륭한 소형 예술품이었을 뿐 아니라 옷을 입을 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취급됐다.

6일(현지시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 빅터 드발이 1939년 난민으로 영국 땅을 처음 밟은 것이 열살 때였다. 빅터의 조부 빅토르 폰에프러시는 거의 팔십이었다. 나치가 1938년 점령할 때까지 에프러시 가문은 빈에 살고 있었다. 나치가 재산을 넘보기 시작하자 가족들은 탈출했다.

이제 나이 구십이 다 된 빅터 드발은 아들 에드문트와 함께 빈을 찾아 오스트리아 국적을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 오스트리아가 법을 고쳐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이 국적을 회복하겠다고 주장하면 복수 국적을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국적을 회복한다. 에드문트는 “특별한 순간”이라며 “아버지의 마음 속에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진짜 존경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빅토르 폰에프러시는 1945년 국적이 없는 상태에서 세상을 떠났다. 작가이며 도예가인 에드문트는 그의 국적이 사후에라도 복원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빅터 드발이 자신의 초상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빈 유대인 박물관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빅터 드발이 자신의 초상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빈 유대인 박물관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우리 가문은 1939년에만 존재하고 있었다. 가족 중 일부만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잉글랜드에 당도할 수 있었다. (빅토르는) 갖고 있던 모든 것을 가지고 나오지 못했다. 조국뿐만 아니라 국적도 빼앗겼다. 우리는 이제 우리 것을 되돌려받는다. 우리는 빈에서 새로 시작한다.”

원래 네쓰케 콜렉션은 나치 시절 에프러시 가문의 하인이었던 사람이 맡아 간직하고 있다가 전후 빅터 드발의 어머니에게 돌려줬다. 에드문트는 264점 가운데 79점을 지난해 경매에 내놓아 난민을 돕는 기금을 모았다. 나머지는 박물관에 장기 임대하고 나중에는 에프러시 가문 아카이브에 기증했다.

빈의 유대인 박물관은 다수의 네쓰케를 중심으로 특별 전시회를 여는데 개막식에는 빅터 드발 등 40여명의 후손이 참석했다. 알렉산더 판데르 벨렝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개막식에서 “유럽에 우익 극단주의 세력이 발호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빈은 가장 밝고도 어두웠던 역사의 한 쪽을 드디어 되찾았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빅터 드발의 아들 에드문트가 지난 2011년 쓴 ‘금빛 눈동자의 토끼’로 코스타 전기상을 수상한 뒤 수줍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자료사진
빅터 드발의 아들 에드문트가 지난 2011년 쓴 ‘금빛 눈동자의 토끼’로 코스타 전기상을 수상한 뒤 수줍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자료사진
에드문트 역시 “지금 오스트리아가 그렇다. 지금 영국이 그렇다고 말하는 게 두렵다. 지금 폴란드, 지금 부다페스트, 지금 트럼프의 미국이 그렇다”고 같은 뜻을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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