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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의 밀레니얼] 현장에 와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을 팔아라

[이은형의 밀레니얼] 현장에 와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을 팔아라

입력 2019-11-06 17:20
업데이트 2019-11-0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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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소비자, 밀레니얼세대가 유통업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온라인쇼핑으로의 전환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이뤄진다.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높은 증가율과 함께 역대 최고 금액을 경신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8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11조 2535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같은 달보다 21.4% 증가한 금액이며 상품군별로는 음식서비스가 83.9% 증가해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현재 온라인쇼핑 매출 규모는 전체 유통업에서 21%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10조원을 기록했던 온라인마켓 규모는 2019년 1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온라인 매출이 100억원 늘어날 때마다 점포 8.22개가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오프라인 점포, 특히 외식업 점포의 어려움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상가 공실률도 이런 추세를 보여 준다. ‘KB부동산시장 리뷰’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상가 수익률은 전기 대비 각각 0.22% 포인트 하락했다. 전국 상가 공실률도 중대형 상가 11.3%, 소규모 상가 5.3%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0.9% 포인트, 0.6% 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임대료 변동 추이를 나타내는 임대가격지수는 중대형 상가와 소규모 상가, 집합상가 모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하락했다. 2018년 외식업 종합경기지수는 67.5로, 6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2019년 1분기에는 66.0을 기록해 하락세가 더욱 가파름을 보여 준다. 이런 하락세는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현상은 대로변의 유명 브랜드와 역세권의 대형 매장 등이 쇠퇴하고 뒷골목의 작은 브랜드와 소규모 점포가 오히려 인기를 끈다는 점이다. 모두가 아는, 모두를 겨냥하는 빅브랜드는 더이상 밀레니얼세대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소수의 취향을 정확하게 저격하는 스몰 브랜드에 열광한다. 뒷골목에 숨어 있는 맛집을 찾고, 동네 서점을 탐방하고, 스토리 가득한 문화 공간을 사랑한다. 온라인으로는 편리함을, 오프라인으로는 특별한 경험을 추구한다. 즉 생활필수품이나 일상적인 식사는 온라인으로 주문하지만, 자신의 취향을 즐기거나 특별한 경험을 원할 때는 오프라인 공간을 찾는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취향관’, 역사책을 팔면서 역사기행 등 역사와 관련한 스토리와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역사책방’, 책을 읽고 토론하는 커뮤니티 ‘트레바리독서클럽’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에서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아무런 부가가치 없이 제공하는 오프라인 공간은 이제 더이상 생존 가능하지 않다. 예를 들어 백화점의 변신을 살펴보자. 미국의 노드스트롬백화점은 체험 공간으로 변모했다. 매장을 찾은 고객이 옷을 입어 보고 마음에 들면 바로 온라인 주문을 하는 것이다. 바니스백화점은 1년에 며칠 매장을 완전히 비우고 클럽으로 변신한다. 밀레니얼이 좋아하는 인플루언서, 디제이, 댄서들을 초청해 파티를 여는데 이 기간 동안 매장을 방문해야만 살 수 있는 한정판을 판매하는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의 온라인마켓 비중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온라인쇼핑 비중은 2019년 현재 14%로 추정되지만, 한국은 2018년 21%를 기록했고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 및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고객이 찾아오게 만드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스토리일 수도, 제품력일 수도, 고객과의 연결성일 수도, 커뮤니티 경험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 모든 것일 수도 있다.

고객을 개인화시켜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큐레이션하고, 추천하고, 비슷한 취향끼리 커뮤니티를 만들어 연결시켜 주고, 매장을 방문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 지역의 특색과 스토리를 잘 살려서 매장의 콘셉트를 잡고 그것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 밀레니얼세대는 이런 고객 경험을 찾아서 골목골목을 누빌 의향이 충분히 있다. 심지어 인스타그램으로 홍보까지 해 준다. 현장에 직접 와야만 가질 수 있는 것. 여기에 답이 있다.
2019-11-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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