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세월호·노동자 이야기 담아… 차별없는 그날까지 불러야죠”

“세월호·노동자 이야기 담아… 차별없는 그날까지 불러야죠”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19-11-04 22:34
업데이트 2019-11-05 10:0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4년 만에 새 앨범 낸 문화노동자 연영석


정규 4집 ‘서럽다 꿈같다 우습다’ 발매
집회 현장·문화제 무대서 노래해 온 삶

14년 시간, 많은 이들 공감할 곡 추려
소통의 폭 넓히려 디지털 음원 내기도
이미지 확대
더이상 미루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지난 1년 반가량을 4집 앨범 작업에 매진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타버렸다는 연영석은 내년엔 기운을 추슬러 전국 마을 공동체와 작은 서점 등을 돌며 이야기 콘서트를 열어 보고 싶다고 했다.
더이상 미루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지난 1년 반가량을 4집 앨범 작업에 매진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타버렸다는 연영석은 내년엔 기운을 추슬러 전국 마을 공동체와 작은 서점 등을 돌며 이야기 콘서트를 열어 보고 싶다고 했다.
“집회 현장과 문화제 무대에서 열심히 노래를 불러 왔지만 음악인으로서는 가슴 한구석이 허전했어요. (곡을 쓰고, 녹음을 하고) 음악을 할 때 가장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그 음악들을 남겨 보고 싶어 앨범을 내게 됐지요.”

스스로 ‘게으른 피’라 부른다. 명함 대신 쓰는 명칭은 문화 노동자. 어떤 이는 그를 민중가수, 어떤 이는 한국의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라 한다. 연영석(52)이 오랜만에 새 앨범 ‘서럽다 꿈같다 우습다’를 세상에 내놨다. 1집 ‘돼지 다이어트’(1999), 2집 ‘공장’(2001), 3집 ‘숨’(2005)에 이어 무려 14년 만에 나온 정규 4집이다.

지난달 30일 서울신문과 만난 그는 “음악인으로서 소통의 폭을 넓히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이라고 새 앨범을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거리에 익히 알려진 ‘간절히’,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나’, ‘코리안 드림’ 등 이전 음악들과는 결이 달라진 부분이 적지 않다. 천지인, 메이데이 등과 교류하며 쌓아 올렸던 록 밴드의 자장에서 벗어나 포크 감성이 듬뿍 묻어난다. 블루스 느낌의 곡도 있다. 꽉 찬 사운드에는 여백이 생겼고, 소리 높은 외침은 나지막한 읊조림이 됐다. 편안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만든 지 15년 된 곡도 있어요. 수많은 음악 가운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곡들을 추렸습니다. 이전과 견주면 전체적으로 가벼워졌을 거예요.”
이미지 확대
연영석 4집의 표지. 세상에 난파당한 음악인의 이미지를 담았다. 연영석 제공
연영석 4집의 표지. 세상에 난파당한 음악인의 이미지를 담았다. 연영석 제공
유통사만 배불리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았던 디지털 음원(11월 4일 발매)을 곧 내놓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새 앨범을 어느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냐고, CD를 샀는데 못 듣고 있다는 웃픈 이야기가 많이 들려와서다. “요즘엔 차에도 CD플레이어가 없다데요. 허허허.”

음악이 쉬워졌다지만 내용까지 말랑말랑해진 것은 아니다. 14년의 세월이 오롯이 담긴 앨범의 무게는 만만치 않다. 세월호 아이들, 조선소 노동자, 베트남 참전 용사, 뇌병변 장애를 가졌던 이웃 형, 하루 일과 뒤 어깨를 늘어뜨린 채 귀가하는 노동자, 제주4·3 당시 군경의 총탄에 턱을 잃은 채 평생을 살아야 했던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개인적인 삶의 단상들을 들려주는 곡들도 여럿 눈에 띈다. 10년 전 노동가수 지민주와 평생 동지(결혼)로 살기로 하고, 아들 준우를 둔 영향도 적지 않았으리라.

연영석은 2006년 초 서울신문과 처음 만났을 때 “끊임없이 창작 욕구를 만들어 주는 어두운 사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치기 어린 시절에 했던 이야기라고 그는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용산에서, 평택에서, 밀양에서, 제주 강정마을에서, 팽목항에서, 성주와 김천에서, 그리고 광화문에서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러 왔던 삶의 궤적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장애 해방 운동가 김주영씨의 7주기 추모제와 인천 노동문화제 무대에 다녀온 연영석은 인터뷰 이튿날 케이블TV 인터넷 설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무대가 있다며 발걸음을 총총히 옮겼다. “제가 꿈꾸는 세상은 비정규직, 여성, 이주민, 장애인 등이 모두 차별받지 않고 자유로워지는 세상이에요. 그날이 올 때까지 열심히 노래해야죠.”
이미지 확대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 수상 직후인 지난 2006년 3월 서울신문과 만난 연영석.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 수상 직후인 지난 2006년 3월 서울신문과 만난 연영석.
글 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9-11-05 25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