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때 해경 헬기 응급환자 안 태우고 해경청장 태웠다

입력 : ㅣ 수정 : 2019-10-3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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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에서 해양경찰이 헬기를 이용해 승객을 구조하고 있는 모습. 2014.4.16 연합뉴스

▲ 사진은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에서 해양경찰이 헬기를 이용해 승객을 구조하고 있는 모습. 2014.4.16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발생 당일 해양경찰이 응급환자를 헬기로 이송하지 않고 헬기보다 느린 배로 이송한 사실이 확인됐다. 헬기는 응급환자 대신 당시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서해해양경찰청장만을 태우고 현장을 떠났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 내용’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내용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A군은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오후 5시 24분쯤 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A군은 그날 오후 5시 30분쯤 해경 3009함으로 옮겨졌다. 당시 해경 응급구조사는 A군을 응급처치했다. A군 학생의 산소포화도 수치는 69%였다.
31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 발표 기자간담회에 세월호 유족들이 참석한 모습. 2019.10.31 연합뉴스

▲ 31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 발표 기자간담회에 세월호 유족들이 참석한 모습. 2019.10.31 연합뉴스

박병우 특조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국장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산소포화도가 69%라는 것은 긴급한 치료가 필요하며,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하나 사망이라고 판정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A군은 헬기로 병원에 이송됐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A군을 함정으로 이송한 해경은 오후 5시 35분쯤 원격의료 시스템을 가동했고, 모니터를 통해 A군 상태를 살핀 인근 병원 응급 의료진은 심폐소생술(CPR)을 지속하며 A군을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인근 병원까지 헬기로 이동하는 데 약 20분이 걸리는 상황이었다.

그날 오후 5시 40분쯤 해경의 B515 헬기가 해경 3009함에 내렸다. 그런데 이 헬기는 오후 5시 44분쯤 A군이 아닌 김수현 당시 서해청장을 태우고 돌아갔다. 이후 오후 6시 35분쯤 해경 B517 헬기가 도착했지만 A군 대신 오후 7시쯤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을 태우고 돌아갔다.

결국 A군은 오후 6시 40분쯤 3009함에서 P22정으로 옮겨졌고 오후 7시쯤 P112정으로, 오후 7시 30분쯤 P39정으로 옮겨진 뒤 오후 8시 50분쯤 서망항에 도착했다. A군은 오후 10시 5분쯤이 돼서야 병원에 도착했다. 헬기로 약 20분 만에 갈 병원을 4시간 40분이 넘어서야 도착한 것이다.
31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유족들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9.10.31 연합뉴스

▲ 31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유족들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9.10.31 연합뉴스

박병우 국장은 “당시 영상을 보면 오후 6시 35분쯤 ‘익수자 P정으로 갑니다’는 방송이 나온다”면서 “세월호 참사 당시 P정은 시신을 옮겨오던 배”라고 설명했다. 이어 “A군은 원격의료 시스템을 통해 의사로부터 이송조치를 지시받은 상태인 만큼 헬기 이송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A군이 제때 해경 헬기를 이용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추가로 조사해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발표 현장에 참석한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늘 특조위의 발표는 우리 아이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살아있었고 의사 지시대로 헬기에 태웠으면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는 내용”이라면서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다음 달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책임자의 재수사를 요구할 예정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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