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공정성 관점의 수능과 학종/임병욱 서울 인창고등학교 교장

[특별기고] 공정성 관점의 수능과 학종/임병욱 서울 인창고등학교 교장

입력 2019-10-27 22:58
업데이트 2019-10-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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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욱 인창고등학교 교장
임병욱 인창고등학교 교장
대통령의 정시(수능 중심) 확대와 학생부종합전형 대폭 개선 지시로 교육계가 야단법석이다. 모든 것이 공정성(公正性)의 이름으로 갈등한다.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하는 공정성. 공평은 무엇이고 올바름은 무엇인가? J 롤스의 정의론처럼 그것은 말할 것 없이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어야 한다.

수능은 정의롭고 공정한가? 그렇지 않은 점을 짚어 보자. 2022학년도 대입안의 수능은 매우 복잡한 옵션을 갖는다. 국어 2과목, 수학 3과목, 탐구 17과목, 제2외국어 9과목이 선택과목이다. 학생들 앞에 국수탐구 선택 방식이 826가지가 펼쳐진다. 선택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걸맞은 방식이지만 수능은 냉정한 현실이다. 혼란, 컨설팅, 사교육이 춤출 것이다.

2019학년도 수능에선 재학생 대비 졸업생 평균 점수가 국어 10.1점, 영어 10.7점, 수학나 8.6점, 수학가 5.4점이나 높았다. 2018학년도 수능에서 경제 과목은 1문항 틀리면 3등급이었다. 아랍어 1등급은 표준점수 81점, 독불어 1등급은 64점으로 같은 1등급이 17점 차이가 났다. 전국에서 아랍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한 고교는 외국어고 단 1곳뿐이다. 2019학년도 수능에서 사회문화 1등급은 1만 5240명, 경제 1등급은 300명으로 15배 차이가 났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수능은 선택의 순간에서 불공정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며, 아주 복잡한 구조를 예고한다는 점이다. 또한 수능은 승자 독식이고 수직 서열 방식이 아닌가? 이 수능의 구조는 25년간 누구도 바꾸지 못했고, 바꿀 수가 없다. 수많은 과목 평균을 동일하게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수능은 대학 서열화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학종은 기회균등, 지역 안배 등이 있어 진일보한 전형임에 틀림없다. 불신을 개선해야 할 몇 가지를 짚어 본다. 평가 경험에 의하면 사정관 평가시스템 화면에서는 수험생 출신교의 정시, 논술 지원자 대비 합격자 수는 물론 고교 유형별 수험생의 내신 평균도 제공한다. 고교프로파일을 통해 학생부가 제한하는 개인 역량 외의 요소가 노출된다. 수능, 논술 성적이 높은 학교나 특목고 수험생이 좋은 평가를 받기 좋은 구조인 셈이다. 집단 평가의 그림자로 개인의 능력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는 서류평가, 면접 평가가 정성평가로 이루어지면서 일어나는 학종의 약점으로, 시급히 보정해야 한다.

고교프로파일은 학교별 집단 정보인데 7번과 기타 사항은 자율항목이다. 여기엔 서울·고려·연세대(SKY) 진학자 수, 대학과의 업무협약(MOU), 토익텝스 점수로 교내상 수상 등 정제해야 할 사항들까지 기록된다. 자소서 4번 자율항목과 추천서에도 학생명, 추천인명과 신분, 초·중학교 경험, 해외 체험, AP, 텝스, 교외상 수상, 친인척 신분, 학술단체명 등 학생부 기재 금지 사항이 노출되고 있다. 그야말로 합법적 불공정성의 영역이다. 학종 평가시스템은 개인을 공정성 관점으로 선발하기에 무리가 있다.

‘지원동기를 포함하여 대학이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를 기술’하라는 자율문항에는 수험생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깜깜이 전형의 지난 수년간 서울대에 단 한 건의 불합격 이의신청이 없었던 건 무슨 이유일까?

사교육 업체가 만들어 대부분 대학이 사용 중인 평가시스템을 국가가 관리해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또한 외부인 참여로 선발, 평가, 이의신청 처리 방식을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학종 입학생의 국가장학금 Ⅰ유형(소득연계) 수혜율이 정시 입학생보다 높다는 점도 고려할 일이다.

수능 비중을 40% 이상으로 하면 수시 이월생을 포함해 사실상 50%가 된다. 객관식 문제 풀이로 3년을 보내는 고교 생활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국 고교가 EBS 수능특강으로 문제를 풀고 있는 현실은 교육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에서 가장 믿기 어려운 것은 미래에 없어질 직업과 지식을 위해 학생을 학교에서 10시간 이상 잡아 둔다는 사실’이라는 앨빈 토플러의 경고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2019-10-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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