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조국 정국’ 정면돌파 의지…靑·檢 갈등 양상

문 대통령, ‘조국 정국’ 정면돌파 의지…靑·檢 갈등 양상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9-09-27 19:11
업데이트 2019-09-2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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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검찰, 엄중히 새겨야” 한국 “검찰 응원” 대리전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제도 개혁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방식까지 전면 개혁할 뜻을 밝혔다. 사실상 조 장관과 관련한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검찰은 “본질은 수사압력 사건”이라며 청와대와 여권의 공세에 적극 반박해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 장관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선 엄정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사실관계 규명이나 조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 여부도 검찰 수사 등 사법 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에서 조 장관의 탄핵소추까지 거론하며 연일 사퇴 공세를 펴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며 사실상 사퇴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주시기 바란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검찰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했음에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는 내놓지 못했다는 질책을 담은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또 “특히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피의사실 공표 등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데 대해 검찰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출석,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19.9.26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출석,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19.9.26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검찰에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은 조 장관 자택에 대한 11시간 동안의 압수수색 당시 조 장관과 검사가 통화한 사실이 검찰을 통해 외부에 유출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도 검찰과 자유한국당이 ‘내통’했다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검찰이 억울해한다는 제보를 받고 유도질문을 한 것”이라며 “조 장관이 허술해 10%의 제보만으로도 답변을 끌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검찰 개혁에 고삐를 죄는 동시에 조 장관 의혹으로 급격히 쏠리는 여론을 돌려 국정 장악력을 높이는 ‘강수’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와 관련해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3시쯤 “검찰은 헌법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현재 진행하던 방식대로 법 절차에 따라 이번 사안을 수사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대검은 조 장관과 압수수색 검사의 통화에 대해 이날 오전 간부회의 등 자리를 통해 “본질은 수사기밀 또는 피의사실 유출이 아닌 ‘수사압력’ 사건”이라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또 별도 공지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주광덕 의원과 연수원 수료 이후 개인적으로 만난 사실이 없다. 연수원 재직 시절 연수생 전원이 참석하는 수학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을 뿐”이라며 세간의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대검은 또 “검찰총장이 주광덕 의원과 신림동에서 고시공부를 함께 했다거나 모임을 만들어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는 등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방식을 비판함에 따라 법무부가 조만간 강도높은 수사관행 개혁안 마련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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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마약류 퇴치 국제협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 9. 25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마약류 퇴치 국제협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 9. 25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한편 민주당과 한국당 등 여야는 각각 청와대와 검찰을 옹호하며 대리전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검찰은 문 대통령의 말을 엄중히 새겨야 할 것”이라며 “수사가 헌법과 법률에 입각해 진행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피의사실 공표나 공무상 기밀 누설과 같은 위법행위가 없는지 엄격히 살펴야 한다”고 논평했다.

반면 한국당은 이날 오후 검찰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및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조 장관을 고발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오후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개혁 주체라며 겁박에 나섰다”며 “검찰의 조국 수사는 대한민국의 주권을 가진 국민의 명령이며, 국민은 검찰의 소신 있고 중립적인 수사를 응원하고 있다. 검찰은 결코 국민의 목소리가 아닌 문 대통령의 목소리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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