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사태, 드론이 ‘전투기 지상주의’ 시대 종말 신호”

입력 : ㅣ 수정 : 2019-09-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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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파 최대 축제인 아슈라 기간 중 예멘의 후티 반군이 모형 드론을 들고 축제를 즐기고 있다. 2019.9.10  로이터 연합뉴스

▲ 시아파 최대 축제인 아슈라 기간 중 예멘의 후티 반군이 모형 드론을 들고 축제를 즐기고 있다. 2019.9.10
로이터 연합뉴스

가디언 “‘전투기 통한 제공권 우위’ 미국에 전략적 경고”
“작고 값싼 드론, 효율성은 물론 책임 소재 묻기도 어려워”

중동의 드론이 ’전투기 지상주의‘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있다.

‘제공권을 장악해야 전쟁에서 이긴다’는 오랜 격언에 따라 전세계 국가들은 첨단 과학이 응축된 값비싼 전투기로 공군력을 키워 왔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 시설을 공격해 가동 중단 사태를 야기한 무인기(드론)가 이러한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지난 14일 드론이 사우디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의 석유 시설을 강습하면서 가동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작고 값싼 드론은 최근 전장, 특히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 전선에서 커다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드론은 어느새 중동의 주요 반군뿐만 아니라 군사 대국들의 전력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최첨단 제트기와 화기로 무장한 이스라엘조차 시리아 내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드론 ‘전단’을 활용한다.
이란이 2011년 포획했다고 주장한 미국 록히드마틴 사의 무인기(드론) ‘센티넬’.  파스 통신

▲ 이란이 2011년 포획했다고 주장한 미국 록히드마틴 사의 무인기(드론) ‘센티넬’.
파스 통신

이스라엘의 숙적인 이란 역시 이에 대비해 시판 제품과 첨단 군사 모델을 가리지 않고 드론 전력을 확충해 왔다.

이란은 특히 4년 전 자국에 추락한 미국의 드론을 분해·연구하면서 상당한 기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후원하는 반군 조직에 드론 또는 관련 기술을 공급해 온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사우디 석유 시설을 공격한 주체라고 스스로 나선 예멘의 후티 반군 역시 700㎞ 떨어진 사우디 송유관까지 드론을 날려 보내 폭격했다.
불길에 휩싸인 사우디 석유 단지 친이란계인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브까이끄 탈황 시설을 드론으로 공습한 14일(현지시간) 새벽 불길에 휩싸인 석유단지가 영국 스카이뉴스의 카메라에 잡혔다. 이날 반군의 공격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브까이끄 스카이뉴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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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길에 휩싸인 사우디 석유 단지
친이란계인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브까이끄 탈황 시설을 드론으로 공습한 14일(현지시간) 새벽 불길에 휩싸인 석유단지가 영국 스카이뉴스의 카메라에 잡혔다. 이날 반군의 공격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브까이끄 스카이뉴스 화면 캡처

드론은 전투기와 조종사 양성에 드는 비용에 비해 훨씬 값싸면서도 효과적이라는 효율성 외에도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공격 주체를 즉시 확인해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힘들다는 특징도 있다.

이란의 전력을 파괴하면서도 전면적 전쟁을 피해야 하는 이스라엘의 전략적 특성에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가디언은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은 제트기를 이용한 제공권 장악의 시대가 종말에 이르렀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전략적 경고”라면서 “미국의 역내 장악력이 제공권에 달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은 특히 이러한 변화에 주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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