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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퇴직 날 학생 인솔하다 숨진 교장, 순직 안 돼”

법원 “퇴직 날 학생 인솔하다 숨진 교장, 순직 안 돼”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9-07-31 22:44
업데이트 2019-08-01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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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당일 0시부터 공무원 신분 소멸 “근무조건 법정주의 유지가 공익 부합”

정년퇴직 당일까지 학생 인솔 업무를 수행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숨진 초등학교 교장이 법원에서도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다. 법원은 사정은 안타깝지만 직업공무원제도와 근무조건의 ‘법정주의’를 엄격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함상훈)는 A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초등학교 교장이던 A씨는 2018년 2월 정년을 이틀 앞두고 배구부 학생들과 2박 3일 일정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담당 교사에게 사정이 생겨 전지훈련을 가지 못하자 A씨가 대신 코치와 함께 학생들을 인솔한 것이다. 그런데 A씨는 전지훈련이 끝난 28일 오후 1시 30분쯤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공단은 퇴직일이던 28일 0시부터 A씨의 공무원 신분이 소멸했으므로, A씨의 사망은 공무상 순직이 아니라고 보고 유족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유족 측은 재판 과정에서 퇴직일에 공무로 사망한 것을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평생을 교육에 종사한 이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에 위배되고 국민 상식에도 반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상 A씨의 공무원 신분은 28일 0시에 종료돼 사망 시점에 A씨는 공무원이 아니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망인이 헌신적으로 공무를 수행했음을 부인할 수 없으나, 공무원 신분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더는 ‘근무조건 법정주의’가 유지될 수 없다”며 “망인의 안타까운 사정보다는 직업공무원제도와 근무조건 법정주의를 유지할 공익이 더 크다”고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19-08-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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