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노쇼에 ‘호구’ 된 6만 관중

‘호우’ 노쇼에 ‘호구’ 된 6만 관중

류재민 기자
류재민, 이하영 기자
입력 2019-07-28 23:46
업데이트 2019-07-2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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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대국민 사기극” 거센 후폭풍

대행사 ‘호날두 45분 출전’ 계약서 공개
위약금, 수익 4분의1 안돼… 먹튀 가능성
분노한 팬, 집단 소송… 1000여명 참여
송종국 “에스코트 키즈 2000만원 요구”
호날두, SNS에 “집에 와 좋다” 글 논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팀K리그의 친선경기에서 경기 출장 의사가 없는 듯 귀고리를 한 채 벤치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다. 호날두는 경기 때는 귀고리를 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팀K리그의 친선경기에서 경기 출장 의사가 없는 듯 귀고리를 한 채 벤치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다. 호날두는 경기 때는 귀고리를 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유벤투스의 친선경기에 결장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의 ‘노쇼’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 축구팬들에 대한 무시 논란을 넘어 28일 팬이 주축이 된 집단소송과 대행사, 유벤투스, 프로축구연맹 간 상호 책임 공방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주관 대행사인 더페스타는 지난 27일 유벤투스가 제출한 출전 명단과 ‘호날두 45분 출전’이 명시된 계약서상의 일부 표현을 공개했다. 전체 원문은 비밀유지조항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신문이 이날 계약서 내용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유벤투스가 내야 하는 위약금은 자신들이 가져가는 돈(약 40억원)의 4분의1도 채 되지 않아 손해를 감수하고 ‘먹튀’를 노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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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주관 대행사인 더페스타가 지난 27일 공개한 유벤투스의 출전 명단. 손글씨로 쓴 이 엔트리에는 ‘7번 호날두’의 이름이 또렷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경기 주관 대행사인 더페스타가 지난 27일 공개한 유벤투스의 출전 명단. 손글씨로 쓴 이 엔트리에는 ‘7번 호날두’의 이름이 또렷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로빈 장 더페스타 대표는 “호날두가 후반 출전 명단에서 빠진 걸 알고 연맹 관계자와 함께 유벤투스에 적극 항의했지만 구단으로부터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벤투스 측에서 이번 주 초 이번 사태에 대해 자체회의를 가진 뒤 한국에 찾아오겠다고 밝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축구연맹은 더페스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한 축구팬들은 ‘호날두 노쇼’에 집단소송 방식으로 ‘직접 반격’에 나섰다. 전날 법률사무소 명안이 착수한 소송인단 모집에는 28일까지 1000여명이 참여 의사를 표명했다. 이 법률사무소 공식 홈페이지는 접속량 폭주로 때때로 접속이 불가능했다. 김헌기 변호사는 “팬들은 호날두가 출전할 것으로 알고 표를 산 것이기 때문에 민사상 계약 완전불이행, 채무불이행 등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추후 주최 측의 대응을 보며 적용 법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친선경기 중 A보드를 통해 지상파로 생중계됐던 해외 스포츠 도박 사이트 광고와 관련해 더페스타를 처벌해 달라는 청원도 청와대 게시판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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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저녁 8시로 예정된 유벤투스와 팀K리그의 경기 지연 소식이 서울월드컵경기장 전광판에 공지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26일 저녁 8시로 예정된 유벤투스와 팀K리그의 경기 지연 소식이 서울월드컵경기장 전광판에 공지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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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가 후반전에도 출전하지 않고 벤치를 지키자 실망한 팬들이 경기 도중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호날두가 후반전에도 출전하지 않고 벤치를 지키자 실망한 팬들이 경기 도중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대표 출신 송종국은 전날 개인방송을 통해 더페스타 측이 선수들과 입장하는 에스코트 키즈에게 사례비를 요구했다고 주장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송종국은 “호날두(의 에스코트 키즈)에게 2000만원이 책정됐다. 동심을 깨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통상 축구 경기에서 에스코트 키즈나 볼 키즈에게 사전에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없어 진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로 돌아간 호날두가 지난 27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집에 돌아와서 좋다’는 멘트와 함께 정상적인 모습으로 러닝머신을 달리고 있는 영상을 올렸다.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26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도착하기 하루 전 호날두가 근육과 컨디션 문제를 호소해 출전 여부를 고심했다”고 말했다. 호날두 인스타그램 캡처
이탈리아로 돌아간 호날두가 지난 27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집에 돌아와서 좋다’는 멘트와 함께 정상적인 모습으로 러닝머신을 달리고 있는 영상을 올렸다.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26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도착하기 하루 전 호날두가 근육과 컨디션 문제를 호소해 출전 여부를 고심했다”고 말했다.
호날두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포브스는 “이번 경기는 일부 유럽 구단이 아시아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인식에 기름을 부었다”고 했고, 중국의 시나스포츠는 이날 “호날두가 인터밀란과의 중국 친선전에는 90분을 출전했지만 서울에서는 벤치에만 있었다”며 “유벤투스의 아시아 투어는 순전히 상업적인 용도였다”고 비판했다.

궂은 날씨에도 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 5000명의 관중과 TV로 시청했던 국민들이 ‘악의’의 피해자가 됐다. 호날두와 유벤투스는 그 어떤 해명과 사과도 남기지 않았다. 호날두는 귀국 후 인스타그램에 ‘집에 와 좋다’는 표현과 환한 표정의 영상을 올려 한국팬들의 분노를 더했다. 호날두의 ‘45분 출전’ 조항으로 2시간 만에 매진된 입장권 수익만 60여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스포츠에서 역대 단일 경기 최고 수익을 거뒀지만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거센 비판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19-07-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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