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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브리핑, 北눈치보기, 靑사전조율… 北어선 ‘노크귀순’ 미스터리

지각브리핑, 北눈치보기, 靑사전조율… 北어선 ‘노크귀순’ 미스터리

이재연 기자
이재연, 이주원 기자
입력 2019-06-23 22:52
업데이트 2019-06-2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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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이틀 지나 공식 브리핑에도 무대응
靑 “비공개가 원칙… 매뉴얼에 따른것”


‘삼척항 방파제→인근‘ 수정 지적 안 해
靑 “4명 다 귀순했으면 남북관계 경색”


靑 안보실 행정관, 국방부 브리핑 참석
靑 “모든 안보 사항 국방부와 협의”


북한 어선의 삼척항 진입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및 군 당국의 축소·은폐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해명에 나섰지만 여전히 의혹은 남는다.

사건 발생일인 지난 15일 해경의 최초 사건 접수 이후 일부 언론보도를 거쳐 군 당국의 17일 첫 공식 브리핑까지 이틀이나 걸린 점, 해경 첫 상황보고서에 ‘삼척항 방파제에 미상의 어선(4명 승선)이 들어와 있는데’라는 표현에도 불구하고 굳이 국방부·합동참모본부가 17일 ‘삼척항 인근’으로 얼버무린 이유,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배석한 배경 등은 청와대·군 당국 해명에도 물음표로 남는다.

특히 청와대가 처음부터 해경 보고를 받았음에도 17일 정확지 않은 첫 언론 보고를 내버려둔 점은 축소·은폐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와 군 당국은 사건 접수 이후 대국민 공개가 늦어진 점에 대해 “북한 선박·인원 남하 시 신변 보호를 위해 비공개가 원칙이나 오보 또는 사전 언론노출로 공개가 필요하면 사실관계를 간략히 설명하는 게 대응 매뉴얼”이라고 설명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사실 은폐는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가 위기관리시스템 문제까지 도마에

그러나 언론 첫 보도와 17일 군 첫 브리핑 이후 ‘목선이 삼척항 부두에 접안했고 북한 선원이 삼척항 주민과 접촉해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며 ‘경계작전 실패’ 비판은 ‘은폐·축소 의혹’으로 번졌다. 정부의 ‘북한 눈치보기’ 의혹과 함께 국가 위기관리시스템 문제까지 도마에 오른 꼴이 됐다.

이번 사건을 최초 인지, 접수한 해경에 따르면 어선 발견 시점은 15일 오전 6시 50분이다. 해경상황센터는 오전 7시 9분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국가위기관리센터, 총리실, 국가정보원, 합동참모본부 등에 상황보고서를 일제히 올렸다. 고 대변인은 지난 20일 “청와대, 합참 등은 (15일) 해경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고 당일 정보를 취합해 해경이 보도자료를 내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발표는 약 7시간 뒤인 이날 오후 2시 10분에 나왔고 합동신문 등을 이유로 군의 첫 브리핑은 이보다 이틀 뒤인 17일에야 이뤄졌다. 합참과 군은 이날 “전반적인 해상·해안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 “선박 높이가 낮아 레이더 감시가 불가능했다” 등 뒤늦은 해명에 급급했다.

그러나 어선이 자력으로 부두까지 들어온 사실이 이날 뒤늦게 드러나며 논란은 더 커졌다. 국방부가 해경 첫 상황보고와 달리 ‘삼척항 인근’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쓴 점도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은폐 의혹을 스스로 키웠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청와대도 “(북한 송환을 원하는 이들을 포함해) 신원보호를 위해서”라고 설명하면서도 “국민께 정확한 경위를 보고드리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국방부 차관 출신인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이날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것은 물론 청와대 지시·조율을 의심하기 충분하다”며 북한 눈치보기 혹은 축소 의혹까지 제기했다.

앞서 백 의원은 “북한 어선이 28마력 엔진, GPS 장치를 갖춘 동력선인데도 국방부가 ‘소형 목선’이란 단어를 계속 사용하는 이유, 합참이 밝힌 동해해경청의 상황전파 시간(오전 7시)과 실제 최초 상황전파 시간(6시 54분)이 차이 나는 이유, 이례적으로 선원 2명을 서둘러 송환한 이유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국방부 브리핑에 청와대 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참석한 것을 놓고 ‘청와대의 사실관계 은폐 또는 사전조율’ 지적을 어떻게 해소할지도 의문이다. 청와대 행정관은 17일과 19일 국방부 기자실 내에서 진행된 비공개 브리핑에 모두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사건의 축소 및 은폐를 주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모든 안보사항은 국방부와 협의한다”면서 “어떻게 브리핑할지 대략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부실 브리핑에 대한 책임을 물어 안보실을 조사 중”이라면서도 “귀순 관련 보도가 나갔으면 안 됐다. 만일 4명이 다 귀순 의사를 갖고 넘어왔다면 그것이 보도됨으로써 남북 관계가 굉장히 경색됐을 것”이라며 남북 관계를 감안했다는 점을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한국당 “文대통령 고발 검토… 국정조사를”

야당은 청와대가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규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문재인 대통령부터 군형법 위반 혐의가 있으니 즉각 법률 검토 후 고발을 추진하겠다”며 “문 대통령은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을 교체하고 국정조사를 즉각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19-06-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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