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상처 치유가 본질” 韓기업도 배상 동참 양보안으로 日 압박

입력 : ㅣ 수정 : 2019-06-21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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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대에도 정부 “한일 기업이 강제징용 위자료” 재차 요구 왜
해결방안 제안으로 일본으로 ‘공’ 넘겨
외교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희망”
日 “제3국 통한 중재위 설치” 공식 요청
중재 무산 땐 ICJ 회부 韓 고립시킬 속셈
일제 동원 배상 외면하는 한국당 규탄 일제동원피해자유족총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20일 서울 영등포 자유한국당 중앙당사 앞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외면하는 한국당을 규탄하는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일제 동원 배상 외면하는 한국당 규탄
일제동원피해자유족총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20일 서울 영등포 자유한국당 중앙당사 앞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외면하는 한국당을 규탄하는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부가 일본의 즉각 반대에도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한일 기업이 함께 기금을 마련해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심사숙고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갈등을 키워 국제여론전으로 비화하려는 일본에 피해자의 고통 및 상처 치유가 문제의 본질임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의 제안을 일본이 거부했는데 향후 대응은 뭐냐’는 질문에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기본 입장하에 피해자 고통과 상처의 실질적 치유, 그리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강제징용) 사안을 신중하게 다뤄 오고 있다”며 “일본 측이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 치유 그리고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신중하게 지혜를 모아 나가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요구·제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할 수 없으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한국의 제안에 대한 공식 거부로 인정했다.

하지만 피해자 상처 치유를 위한 신중한 접근, 한일 기업의 위자료 마련 방안 등을 한국 입장으로 고수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르면 배상 주체는 일본 전범 기업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도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 정부는 외려 우리 기업이 배상에 동참하는 양보안을 낸 셈이다.

반면 스가 관방장관은 이날 한일 청구권 협정상 마지막 3단계인 ‘제3국을 통한 중재위원회 설치 방안’도 공식 요청했다. 3단계도 무산되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일본이 한국 제안을 거부하고 국제법 절차에 집착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 외교를 고립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비핵화 문제, 경제 교류, 한·미·일 동맹 등을 감안할 때 한국에 일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했고,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일본 측 페이스를 따라서는 안 된다는 제언이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이 원하던 대로 한국 정부가 해결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에 공은 일본 측에 있다”며 “일본이 국제법 절차만 고집한다면 1910년 한일병합조약의 합법성 판단 등을 조건으로 중재위를 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9-06-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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