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배우 뜰 거야” 성공 점치고… 역사 예측하는 수학의 신비

입력 : ㅣ 수정 : 2019-06-0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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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伊·오스트리아, 남녀 배우 250만명 경력 분석
美·인도, 외교문서 골라내 미래 예측·대응 알고리즘 개발
학창 시절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으로만 여겨졌던 수학이 실제로는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SF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수학적 방법을 이용해 연예계에서의 성공 확률을 예측하고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알고리즘까지 개발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 학창 시절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으로만 여겨졌던 수학이 실제로는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SF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수학적 방법을 이용해 연예계에서의 성공 확률을 예측하고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알고리즘까지 개발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그것은 사회적, 경제적 자극에 대한 인간 집단의 반응을 다루는 수학의 한 분야가 됐다. … 심리역사학은 통계학이기 때문에 한 개인의 미래를 정확히 예언할 수 없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미국의 생화학자이자 세계 SF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아이작 애시모브가 20대 초반에 시작해 1992년 72세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썼던 ‘파운데이션’ 시리즈에는 해리 셀던이라는 천재 수학자가 만든 ‘심리역사학’이라는 가상의 학문이 등장한다. 해리 셀던이 심리역사학으로 은하제국의 몰락을 예측하고 ‘파운데이션’이라는 집단을 만들어 파국적인 상황을 막고 미래를 대비하도록 한다는 것이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주요 줄거리다.

●“배우의 성공은 연기력보다 환경에 좌우”

애시모브의 심리역사학은 통계물리학을 보고 만들어진 것이다. 통계물리학은 입자가 매우 많거나 복잡한 시스템을 통계적 방법으로 연구하는 분야다. 개별 분자 행동은 예측할 수 없지만 공기 전체 움직임을 설명하고 예측하려는 통계물리학처럼 심리역사학도 사람도 개개인의 행동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정됐다.

그런데 실제로 최근 수학자들이 수학적 방법으로 역사를 예측하고 쇼비즈니스의 성공 가능성까지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SF 속 심리역사학이 현실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영국 런던 퀸메리대 수리과학부, 앨런튜링연구소, 이탈리아 카타니아대 물리천문학과, 국립핵물리연구소(INFN), 오스트리아 빈복잡계과학허브(CSHV) 공동연구팀은 배우의 경력을 정량화하고 성공과 경력의 지속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을 만들어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6월 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터넷영화데이터베이스(IMDb)를 이용해 1888년 최초로 만들어진 영화부터 2016년 1월 16일까지 개봉된 영화, TV드라마에 이름을 올린 남자배우 151만 2472명과 여배우 89만 6029명의 경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약 70% 배우들의 전체 경력이 1년에 불과했고 주연급이든 조연급이든 일이 끊기지 않고 배우로서 10년 이상 생명력을 이어 가는 이들은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연예계에서 경력은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네트워크 효과’가 강하게 나타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유명세를 타는 배우들이 일자리를 더 얻기 쉽고 대부분의 일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공백기가 긴 배우들은 이전의 유명세와는 상관없이 복귀 후 인기를 회복할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이번 예측식으로 일부 배우들의 활동 기간과 흥행 여부를 계산한 결과 비교적 정확하게 계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스 루카사 퀸메리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서 흥미로운 것은 임의적인 무작위적 사건들이 증폭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라면서 “배우들의 성공과 생명력은 연기력보다는 환경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뉴욕연구소와 MS 인도 방갈로르연구소, 미국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공동연구팀은 국무부가 공개한 외교 문서와 당시 발생한 중요한 사건들을 연관 분석해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암시하는 문서들을 골라내 미래를 예측해 대응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생물학 및 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 6월 4일자에 실렸다.
학창 시절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으로만 여겨졌던 수학이 실제로는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SF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수학적 방법을 이용해 연예계에서의 성공 확률을 예측하고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알고리즘까지 개발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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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으로만 여겨졌던 수학이 실제로는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SF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수학적 방법을 이용해 연예계에서의 성공 확률을 예측하고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알고리즘까지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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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으로만 여겨졌던 수학이 실제로는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SF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수학적 방법을 이용해 연예계에서의 성공 확률을 예측하고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알고리즘까지 개발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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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으로만 여겨졌던 수학이 실제로는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SF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수학적 방법을 이용해 연예계에서의 성공 확률을 예측하고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알고리즘까지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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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문서보관자·미래학자 개발 가능성

연구팀은 미국 국무부가 각종 보고서를 전자문서 양식으로 저장하기 시작한 1973년 자료부터 지난해 기밀 해제된 1979년까지의 기록 195만 2029건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우선 국무부가 중요하다고 평가해 놓은 보고서들이 이후 벌어진 실제 사건들을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하고 예측했는지를 역사학자들에게 수작업으로 평가하도록 한 다음 인공지능에 기계학습시켰다. 이렇게 학습된 인공지능으로 공문서를 바탕으로 역사적 사건들을 예측하도록 했다. 그 결과 예상 밖으로 출장 일정처럼 주목도가 떨어지는 일상적 보고서도 역사적 사건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덩컨 와츠 MS뉴욕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발견,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 달 착륙, 베를린 장벽 붕괴 등 역사적인 사건들도 모두 사소한 사건에서 촉발됐다”며 “이번 연구는 수많은 문서 더미 속에서 역사적 문서를 식별해 낼 수 있는 인공지능 문서보관자나 인공지능 미래학자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9-06-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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