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웨이 사태 ‘제2의 사드’ 되지 않아야 한다

[사설] 화웨이 사태 ‘제2의 사드’ 되지 않아야 한다

이종락 기자
입력 2019-05-23 20:44
업데이트 2019-05-2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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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태 파악해 美의 이해 구해야…안보·무역 문제 구별하는 지혜 필요

미국이 중국의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선도 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에 한국이 동참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지난 연말부터 유럽과 캐나다, 일본 등 동맹국에 중국 화웨이의 보안 문제를 거론하며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압박해 왔다. 한국에도 이런 입장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어제 “미측은 5G 장비 보안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서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섣불리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동참했다가는 중국의 경제보복을 우려하는 정부는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다간 2016년 7월부터 시작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처럼 한국이 미중의 관세전쟁 중간에서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정부로서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화웨이 통신장비의 세계적 비중은 20%대 이상으로, 한국 기업 중 LG유플러스가 5G 이동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고, KT·SKT·SKB 등도 기간망 광전송네트워크(ONT) 등 유선 분야에서 화웨이 장비를 이용 중이다. 한국전력, 코스콤 등 공기업은 물론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민간기업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도 화웨이에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측은 이들 기업 중 “LG유플러스가 미군이 주둔한 용산·평택·오산 기지국 등 민감한 지역에서 서비스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정작 이들 지역에서 유럽 장비인 에릭슨을 쓰고 있다. 이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에 화웨이, 충청·호남권에 삼성전자, 경상권에 노키아를 쓰고 있다. 무선 분야에서도 화웨이 물품은 기지국 장비로만 도입하고 있고, 고객 정보를 식별하고 관리하는 코어망 장비에는 화웨이 물품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LG유플러스는 밝히고 있다.

사정이 이런 만큼 정부는 우리 기업체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해 미국측에 충분히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기업 간 거래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을 미국측에 설명해야 한다.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주기엔 중국과의 무역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 의존도는 지난해 말 기준 24%이다. 정부는 국가안보와 일반무역을 구별해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리의 어려운 입장을 잘 전달해야 한다.

2019-05-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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