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 2심 승소…“1억씩 배상”

입력 : ㅣ 수정 : 2019-01-3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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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소송에서 법원이 또다시 전범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사진은 2016년 11월 1심 판결에 승소한 김옥남(오른쪽 두 번째)가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2019.1.30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일본 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소송에서 법원이 또다시 전범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사진은 2016년 11월 1심 판결에 승소한 김옥남(오른쪽 두 번째)가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2019.1.30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일제강점기 가혹한 강제노동에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일본 군수기업이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7부(부장 이원범)는 30일 근로정신대 피해자 5명이 일본 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후지코시가 피해자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번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는 김옥순(90)·최태영(90)·오경애(89)·이석우(89)·박순덕(87) 할머니다.

1928년 설립된 후지코시는 태평양전쟁 당시 12∼18세 한국인 소녀 1000여명을 일본 도야마 공장에 강제로 끌고 가 혹독한 노동을 시켰다.

당시 동원된 피해자들은 2003년 후지코시를 상대로 도야마 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재판소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한국인 개인의 청구권은 포기됐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11년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27일 정오 일본 도쿄 미나토구 소재 일본 기업 후지코시 도쿄 본사 사옥 앞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 최희순(84) 할머니(가운데)와 이자순(83) 할머니(오른쪽)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함께 법정 투쟁을 벌이다 미리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의 영정 사진을 들었다. 2015.11.27  연합뉴스

▲ 27일 정오 일본 도쿄 미나토구 소재 일본 기업 후지코시 도쿄 본사 사옥 앞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 최희순(84) 할머니(가운데)와 이자순(83) 할머니(오른쪽)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함께 법정 투쟁을 벌이다 미리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의 영정 사진을 들었다. 2015.11.27
연합뉴스

그러나 2012년 5월 한국 대법원이 신일본제철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고, 일본 법원 판결의 국내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자 이후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이 제기됐다.

김옥순 할머니 등 5명은 강제노동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며 2015년 4월 후지코시를 상대로 1인당 1억원씩 총 5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들은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교사의 회유를 받고 근로정신대에 자원하거나 강제 차출돼 1944∼1945년 일본에 가 후지코시 공장에서 매일 10∼12시간씩 군함과 전투기 부품을 만들었다.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나이 어린 여성들임에도 가족과 헤어져 자유를 박탈당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하고 혹독한 노동에 강제로 종사해야 했던 점, 불법행위 이후 상당한 기간 피해복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1심 법원이 인정한 위자료가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지난 18일과 23일에도 후지코시를 상대로 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후지코시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왔다.

이날 판결 후 김옥순 할머니와 변호인단은 “우리가 이겼다”며 환호했다. 김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면서도 “(대법원판결이 남았기에) 아직 멀었어요”라고 했다.

법정 밖에서 김옥순 할머니는 연신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다 감정이 복받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후지코시 공장에 동원됐을 때에 대해 ”고생을 엄청나게 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라고 회고했다.

배상금에 대해 할머니는 ”(배상금을) 빨리 받고 싶은 것도 아니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나 혼자 성공한 것도 아니다“며 ”줄 수 있으면 주시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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