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밴’ 위한 성탄은 없었다…美 국경 억류 8살 소년 또 숨져

입력 : ㅣ 수정 : 2018-12-27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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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에 시달려 병원서 해열제 등 처방
90분 만에 다시 시설 보내졌다가 사망
탈수·쇼크 7세 소녀 이어 두 번째 비극
美, 구금 아동 7000명 건강 전수조사
“시설 과밀화로 아동 건강 악화 가능성”
천국에서 행복하기를 지난 6일 미국 국경을 넘다 붙잡혀 구금된 지 이틀 만에 탈수·쇼크 증세로 숨진 과테말라 출신 7세 소녀가 23일 차가운 주검이 되어 고향 산안토니오세코르테스로 돌아왔다. 소녀의 장례식이 성탄절인 25일(현지시간) 가족과 친척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지고 있다. 산안토니오세코르테스 EPA 연합뉴스

▲ 천국에서 행복하기를
지난 6일 미국 국경을 넘다 붙잡혀 구금된 지 이틀 만에 탈수·쇼크 증세로 숨진 과테말라 출신 7세 소녀가 23일 차가운 주검이 되어 고향 산안토니오세코르테스로 돌아왔다. 소녀의 장례식이 성탄절인 25일(현지시간) 가족과 친척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지고 있다. 산안토니오세코르테스 EPA 연합뉴스

미국 국경순찰대에 구금됐다 지난 8일 탈수·쇼크 증세로 숨진 과테말라 출신 7세 소녀에 이어 이번에는 8세 소년이 성탄절인 25일(현지시간) 새벽 고열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캐러밴’(중미 이민자 행렬)에 참가한 부모를 따라 미 국경을 넘다 구금시설에 억류된 아동 2명이 17일 만에 잇달아 세상을 떠나는 비극이 되풀이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미 정부는 현재 국경 지대에 구금 중인 아동 7000명의 건강 상태에 대해 비공개 전수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아버지를 따라 멕시코에서 미 텍사스주 엘패소 지역으로 국경을 넘다 체포된 이 소년은 23일 엘패소에서 북쪽으로 100마일(약 161㎞) 떨어진 뉴멕시코주 앨라마고도로 옮겨졌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소년이 잠재적인 질병 징후를 보이자 보호자인 아버지와 함께 앨라마고도의 지역의료 센터로 이송됐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성명에서 “소년이 감기와 고열 진단을 받은 뒤 항생제와 진통·해열제 처방을 받고 90분 만에 퇴원 조치됐다”면서 “그러나 시설로 되돌아온 뒤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을 보여 다시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자정을 막 넘긴 직후 사망했다”고 밝혔다. CBP는 “사인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며 숨진 소년의 신원 등 구체적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미 국토안보부와 의회, 과테말라 정부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같은 과테말라 출신 소녀가 구금 중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된 후로 24시간 이내 보고 방침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소속 호아킨 카스트로(텍사스) 의원은 “소년의 이름은 펠리페 알론소 고메스”라며 “CBP 구금 시설에서 지금까지 몇 명의 아이들이 사망했는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테말라 정부는 미국에 소년의 의료기록을 요청한 상태다.

미 언론은 구금시설 과밀화 문제가 면역력이 취약한 아동의 건강 상태를 악화시켰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익명의 CBP 관계자는 WP에 “소년이 구금됐던 시설은 성인 1명을 단 몇 시간만 임시로 억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가족 단위나 아동을 위한 구금시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WP는 당국이 텍사스주 서부 엘패소와 뉴멕시코주를 포함한 국경 지대에 의료진을 동원해 구금 중인 아동에 대한 초기 검진에 들어갔으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방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민주당 소속 루실 로이볼알라드(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구금시설은 아픈 어린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다. (숨진 소년이) 고열 증세를 보이는데도 왜 다시 시설로 보내져야 했는지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8-12-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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