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 고 김용균씨 유품 ‘컵라면’…반복된 ‘김군’의 비극

입력 : ㅣ 수정 : 2018-12-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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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13일 유가족이 함께 나선 현장조사를 통해 확보한 고 김용균씨의 유품을 15일 공개했다. 평소 언제 내려올지 모르는 작업 지시 때문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동료가 전했다. 김용균씨는 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2018.12.15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13일 유가족이 함께 나선 현장조사를 통해 확보한 고 김용균씨의 유품을 15일 공개했다. 평소 언제 내려올지 모르는 작업 지시 때문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동료가 전했다. 김용균씨는 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2018.12.15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 9·10호기에서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가 사고로 숨진 김용균(24)씨의 유품이 공개됐다.

유품 중에는 그가 작업 중 끓여먹으려고 갖고 있던 컵라면도 있었다.

지난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전동차에 치여 사망했던 김모(당시 19세)군처럼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13일 유가족이 함께 나선 현장조사를 통해 확보한 김용균씨의 유품을 15일 공개했다.

유품에는 면봉과 휴대전화 충전기, 동전, 지시사항을 적어둔 것으로 보이는 수첩, 물티슈, 우산, 샤워 도구, 속옷, 발포 비타민, 김용균씨의 명찰이 붙은 작업복과 슬리퍼 등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김용균씨의 유품 중 손전등과 건전지. 노조 측은 어두컴컴한 작업장에서 쓸 헤드랜턴을 사측에서 지급하지 않아 김용균씨가 사비를 들여 산 개인 손전등이라고 설명했다. 2018.12.15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김용균씨의 유품 중 손전등과 건전지. 노조 측은 어두컴컴한 작업장에서 쓸 헤드랜턴을 사측에서 지급하지 않아 김용균씨가 사비를 들여 산 개인 손전등이라고 설명했다. 2018.12.15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일했던 김용균씨의 수첩과 슬리퍼 등에는 곳곳에 탄가루가 묻어 있었다.

특히 종류별 컵라면과 각종 방향제, 고장 난 손전등과 건전지 등은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바쁘게 일해야 했던 김용균씨의 생전 상황을 짐작케 했다.

김용균씨와 함께 일한 동료에 따르면 탄가루 탓에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작업장에서 김용균씨는 헤드랜턴조차 지급받지 못한 채 일했다. 유품 중 하나인 손전등은 회사에서 지급한 것과 다른 제품으로, 김용균씨가 개인적으로 사비를 들여 산 것이라고 전했다.

현장조사 당시 김용균씨의 어머니는 “일할 때 영상통화를 하면 아들은 매번 탄 치우러 간다고 했는데 밥은 어떻게 먹느냐”고 동료에게 물었다.

이에 동료는 “원청에서는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원청에서) 낙탄 치우라고 수시로 지시가 내려온다”면서 “언제 지시가 내려올지 몰라 식사시간이 없어서 매번 라면을 끓여 먹이고 그랬다”고 답했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故 김용균 태안화력 발전소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 공개 기자회견에서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오열하고 있다. 2018.12.1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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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故 김용균 태안화력 발전소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 공개 기자회견에서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오열하고 있다. 2018.12.14
연합뉴스

전날 서울 중구 정동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 공개 브리핑’에서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아들의 비극에 절규했다.

김미숙씨는 “아이가 죽었다는 소리에 저희도 같이 죽었습니다. 그런 곳인 줄 알았더라면 어느 부모가 자식을 ‘살인병기’에 내몰겠어요. 저는 우리나라를 저주합니다”라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김미숙씨는 “어제 아이가 일하던 곳에 가 동료에게 우리 아이 마지막 모습이 어땠냐 물었더니 머리는 이쪽에 몸체는 저쪽에 등을 갈려져서 타버렸다고 했다”면서 “옛날 지하탄광보다 열악한 게 지금 시대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아이가 취업한다고 수십 군데 이력서를 넣었는데 마지막에 구한 곳이 여기였다”면서 “내가 이런 곳에 우리 아들을 맡기다니, 놀고먹는 한이 있어도 알았다면 이런 데 안 보냈을 것이고, 다른 부모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본인의 두꺼운 외투 가슴 깃을 꽉 쥔 채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현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더 죽는 거 보고싶지 않다고 말했다”면서 “우리 아들 하나면 됐지 아들 같은 아이들이 죽는 걸 더 보고싶지 않다”며 눈물을 떨궜다.

김용균씨는 컨베이어 끝 하단의 기계에 이상소음이 발생하자 기계 속에 머리와 몸을 집어넣어 소리를 점검하던 중 고속 회전하는 롤러와 벨트에 머리가 빨려 들어가 결국 사망했다. 이 업무는 김용균씨가 맡았던 주요 작업 중 하나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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