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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박기 집회’ 방해해도 무죄…정당한 집회 보호나선 법원

‘알박기 집회’ 방해해도 무죄…정당한 집회 보호나선 법원

유영재 기자
유영재 기자
입력 2018-11-09 00:02
업데이트 2018-11-0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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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직원이 주최·유령단체가 참가”

기업이 사옥 근처 항의 시위를 막으려고 직원을 동원해 집회 신고를 선점해 두는 이른바 ‘알박기 집회’는 법이 보호해야 할 집회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방해하고 다른 집회를 강행해도 집회방해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의 알박기 집회 방치는 인권침해”라고 판단한 데 이어 이번 판결이 나옴에 따라 사옥 근처 항의성 집회를 편법적으로 차단해 오던 대기업들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는 2016년 4월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진행되던 ‘성숙한 집회문화 만들기 시위’(집회문화 시위) 현장에 끼어들어 유성기업 사태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했다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모(43)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고씨는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 회원이다.

법원은 1심부터 상고심까지 일관 되게 현대차 측이 신고해 진행 중이던 ‘집회문화 시위’의 성격이 집회가 아닌 기업 경비업무의 일환이라고 봤다. 법원은 “집회문화 시위 주최자는 현대차 보안관리팀장이고, 이 집회에 참가할 단체라고 신고한 ‘국가 및 기업 경쟁력 발전 연구 모임’은 실존 단체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결국 집회문화 시위는 헌법과 집시법이 보장하려고 하는 집회라기보다 현대차 경비업무의 일환으로 보아야 하고, 타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장소 선택 자유를 배제 또는 제한하면서까지 보장할 가치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현대차 측의 선행 신고로 현대차와 관련 있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고나 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현대차 앞에서 집회를 못하게 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경찰청 자료를 바탕으로 “2014년부터 지난 10월까지 현대차 주변 집회 신고가 총 2680건(1761일)이고, 이 중 현대차 측이 신고한 건수가 2232건으로 83.2%에 달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삼성 역시 같은 기간 서초동 본사 주변 집회 신고 1333건(1648일) 중 73.7%인 983건을 사측이 선점, 항의 시위 차단 시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2018-11-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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