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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집 성추행 판결’ 누명이라는 당당위···‘피해자 2차 가해’라는 남함페

‘곰탕집 성추행 판결’ 누명이라는 당당위···‘피해자 2차 가해’라는 남함페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18-10-27 16:15
업데이트 2018-10-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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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혜화역 인근서 동시 열려···집회 참석자보다 경찰 더 많아
당당위 “한쪽만 편드는 것 아냐”…남함페 “가해자 입장만 대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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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 중단하라’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 중단하라’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18.10.2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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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집 성추행 판결 놓고 갈리는 목소리
곰탕집 성추행 판결 놓고 갈리는 목소리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사법부 유죄추청을 규탄하고 있다.(오른쪽) 왼쪽은 이날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회원들의 성추행 2차 가해 중단 촉구 집회. 2018.10.27/뉴스1
‘곰탕집 성추행’ 판결을 성토하는 집회와 ‘가해자만 대변한다’는 맞불 집회가 27일 동시에 인근에서 열렸다. 이날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 쪽에는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이라는 단체가, 2번 출구에는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라는 단체가 자리 잡았다.

이날 당당위 집회에 3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봤지만 160여명이, 남함페의 집회 신고당시 예상 참석인원을 500명으로 신고했으나 실제로 100여명이 참여했다. 경찰은 두 집회 참가자 간의 갈등을 우려해 9개 중대 약 720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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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집 성추행 사건 ‘피해자 말만 듣고 유죄 규탄’
곰탕집 성추행 사건 ‘피해자 말만 듣고 유죄 규탄’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사법부 유죄추청을 규탄하고 있다. 2018.10.27/뉴스1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지난달 5일 나온 부산지법 동부지원의 성추행 사건 판결이다. 곰탕집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한 남성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다 반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괘씸죄’까지 더해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에 일각에서 누명을 쓴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급기야 ‘무죄 추정이 아닌 유죄추정의 원칙이 작동했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유튜버 양예원씨의 ‘비공개 촬영회’ 성추행 사건과 관련, 수사 과정에서 목숨을 끊은 스튜디오 실장의 동생이 연단에 올라 “수사 기관은 결백한 피의자가 있다면 수사해 혐의없음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당위 측은 “(성추행 사건에 연루되면) 한순간에 가정, 경력, 직장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며 “내가 고소를 당해서 방어하려고 얘기하는 것을 가지고 2차 가해라고 몰아가면 누가 자기를 방어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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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각각 다른 주장을 하는 단체들이 시위를 열고 있다. 마로니에 공원 앞에는 ‘당당위’(사진 위)가 연 성범죄 유죄추정 규탄 집회가, 역 1번 출구에는 ‘남함페’(사진 아래)가 연 성범죄 피해자 2차 가해 규탄 집회가 열렸다.  이 시위의 발단이 된 ‘곰탕집 성추행 사건’은 지난해 11월 한 남성이 대전의 곰탕집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5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된 사건으로 이후 남성의 부인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2018.10.27  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각각 다른 주장을 하는 단체들이 시위를 열고 있다. 마로니에 공원 앞에는 ‘당당위’(사진 위)가 연 성범죄 유죄추정 규탄 집회가, 역 1번 출구에는 ‘남함페’(사진 아래)가 연 성범죄 피해자 2차 가해 규탄 집회가 열렸다.
이 시위의 발단이 된 ‘곰탕집 성추행 사건’은 지난해 11월 한 남성이 대전의 곰탕집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5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된 사건으로 이후 남성의 부인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2018.10.27
연합뉴스
이름을 밝히지 않고 단상에 선 당당위의 한 여성 운영진은 “일부 언론은 우리 시위가 남성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고 우리가 성 갈등 유발 단체라고 한다”며 “보시는 바와 같이 저는 여자고 이 시위는 모든 여성에게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 성(性)의 편만 들지 않으며 남자든 여자든 억울하고 힘든 사람의 편을 들 뿐”이라며 “곰탕집 판결은 판단 기준이 법이므로 어쩔 수 없다면 낡은 법을 고쳐나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전북 부안의 중학교에서 학생 성희롱 의혹을 받다가 스스로 숨진 한 교사의 아내는 입장문을 보내 “남편은 경찰에서 혐의없음 판단을 받았는데 교육청은 남편을 성추행범으로 단정 지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남편의 마지막 모습은 상처로 새겨져서 죽도록 잊히지 않는다”며 “(남편을 죽게 한) 가해자들은 자기가 저지른 죄를 알면서 자기들이 살자고 거짓말로 일관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맞서는 남함페는 이런 접근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취업준비생인 박모(23)씨는 “왜 피해자를 꽃뱀을 몰아가냐”며 “당당위는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함페 측은 “곰탕집 사건을 두고 인터넷에는 오직 가해자 입장만 대변하는 글이 수없이 공유되며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이 유포돼 2차 가해가 양산됐다”며 “남성들은 침묵을 지키고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당위는 성추행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잡히지 않았으므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한다”며 “이는 정황증거와 직접증거 사이 위계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 형사소송법의 자유심증주의를 몰라서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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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 중단하라’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 중단하라’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18.10.27/뉴스1
정황증거가 있는 만큼 넉넉히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내밀한 사적 공간이나 찰나의 순간에 발생하는 성범죄는 CCTV와 같은 물적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우리 법원은 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핵심 증거로 채택하는데, 당당위는 이런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증거’만 따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함페는 이어 “당당위의 주장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만을 의심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다”며 “가해자 진술에는 의혹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피해자 진술만 문제시하는 것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겪어온 2차 피해”라고 강조했다.

남함페 집회의 한 남성 참가자(23)는 모자, 선글라스, 마스크 등으로 외모를 가린 채 “제가 여성이었으면 신변 노출 타격이 더 컸을 것”이라며 “(당당위는) 죄를 짓지도 않은 피해자를 무고범으로 몰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함페도 이번 맞불 집회를 ‘성 대결’이나 ‘남녀혐오’로 보는 시각을 단호히 거부했다. 남함페의 한 운영진은 “남함페 운영진 중에서는 남자가 더 많이 활동하고 있다”며 “오히려 홍익대 불법촬영 편파수사 시위가 있었던 혜화역에서 집회를 벌인 당당위가 성 대결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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