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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속 연기 피어올랐는데… 송유관公,18분 동안 ‘깜깜’

CCTV 속 연기 피어올랐는데… 송유관公,18분 동안 ‘깜깜’

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입력 2018-10-09 22:44
업데이트 2018-10-1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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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회로 45개 화면 작고 전담 인력 없어

탱크에 불 옮겨붙기 전까지 아무도 몰라
화재 감지센서도 ‘0’… 국가기간망 구멍
“인근 초교서 쓴 풍등 주워서 산에서 날려”
경찰, 피의자 스리랑카인 구속영장 신청
네티즌 “약소국 노동자만 잡아” 비난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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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열린 대한송유관공사 고양저유소 화재 사건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수사 관계자가 화재의 원인이 된 풍등과 같은 종류의 풍등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9일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열린 대한송유관공사 고양저유소 화재 사건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수사 관계자가 화재의 원인이 된 풍등과 같은 종류의 풍등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관계자들이 저유소 탱크에 불이 옮겨붙기 전 최초 20분 가까이 화재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등 국가기간망 관리가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신걸 경기 고양경찰서장은 9일 저유소 화재 피의자 검거 브리핑에서 “피의자가 당일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중 쉬는 시간에 산 위로 올라가 풍등을 날렸다”며 “풍등이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자 이를 뒤쫓다 저유소 잔디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되돌아왔다”고 밝혔다. 강 서장은 “피의자가 저유소 존재를 아는 점 등을 감안해 중실화죄를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2015년 5월 비전문취업(E9)비자로 입국한 스리랑카 국적의 A(27)씨는 지난 7일 오전 10시 32분쯤 고양시 덕양구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지름 40㎝, 높이 60㎝ 크기의 풍등을 주워 호기심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날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풍등은 전날인 6일 오후 8∼9시 사이 인근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아버지 캠프’ 행사에서 날아온 풍등 2개 중 하나로 조사됐다.

A씨는 풍등이 공사현장에서 불과 300m 떨어진 저유소로 날아가자 뒤쫓아 갔으나 잡지 못했고 오전 10시 34분쯤 저유소 시설 내 잔디밭 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목격한 뒤 되돌아갔다. 경찰은 2분쯤 지난 오전 10시 36분쯤 탱크 옆 잔디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한 것을 확인했다. 폭발은 18분 뒤인 오전 10시 54분쯤 일어났다.
(왼쪽 위)경찰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에서 A씨가 날린 풍등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 (오른쪽 위)풍등이 저유소 쪽으로 떨어지는 모습. (왼쪽 아래)저유소 옆 잔디에 풍등이 떨어진 뒤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오른쪽 아래)저유소에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 연합뉴스
(왼쪽 위)경찰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에서 A씨가 날린 풍등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 (오른쪽 위)풍등이 저유소 쪽으로 떨어지는 모습. (왼쪽 아래)저유소 옆 잔디에 풍등이 떨어진 뒤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오른쪽 아래)저유소에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
연합뉴스
이때까지 공사 측은 화재를 인지하지 못했다. 시설 내에 화재 감지센서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관제실에서 폐쇄회로(CC)TV 등으로 화재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등 ‘총체적 관리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잔디에 불이 붙은 뒤 폭발 직전까지 연기가 나는 장면을 관제실에서 CCTV를 통해 볼 수 있었음에도 근무자 누구도 이를 유심히 보지 못한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통제실에 인력이 2인 1조로 근무하는데 CCTV만 보는 전담 인력은 없다”면서 “CCTV가 45개가 있는데 화면이 격자로 작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경찰 조사에서는 사고 당시 근무자가 1명만 통제실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화재 자동 감지기도 전무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대형사고에 속수무책의 상황이었던 셈이다. 경찰은 공사 측의 과실 및 위험물관리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풍등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측은 “시민들에겐 풍등이 아름답게 보일 테지만 소방관들에게는 ‘날아다니는 불덩이’로 보인다”며 자제를 호소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관리학과 교수는 “국토의 70%가 산림인 우리나라에서 사람 손을 떠난 풍등은 제어하기 어려운 만큼 이번 사고를 계기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유관공사는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안전기구를 구성해 재발 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찰이 A씨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보안·경계시설이 엉망이고 화재감지기도 없는 국가기간망에서 43억원의 유류를 날렸는데 고의성이 없는 약소국 20대 노동자만 잡아들였다”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8-10-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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