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기업 설비투자 6개월째 감소… 외환위기 이후 최장 ‘투자 빙하기’

기업 설비투자 6개월째 감소… 외환위기 이후 최장 ‘투자 빙하기’

장은석 기자
입력 2018-10-02 22:28
업데이트 2018-10-02 22:4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통계청, 8월 산업활동 동향

기계류 투자 3.8%↓…건설경기도 악화
최저임금·무역전쟁 등 불확실성 커지자
기업들 곳간에 돈 쌓아둔 채 투자 꺼려


일각선 “경기 하강 속도 가팔라질수도”
전문가 “SOC 등 단기 부양책 확대해야”
이미지 확대
설비투자가 지난달까지 6개월째 감소하면서 20년 만에 가장 긴 ‘투자 빙하기’를 맞은 가운데 2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크레인 등 각종 중장비들이 멈춰 서 있다.  뉴스1
설비투자가 지난달까지 6개월째 감소하면서 20년 만에 가장 긴 ‘투자 빙하기’를 맞은 가운데 2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크레인 등 각종 중장비들이 멈춰 서 있다.
뉴스1
기업들이 지갑을 굳게 닫고 있다. 설비투자가 6개월 연속으로 쪼그라들었다. 20년 만에 가장 긴 ‘투자 빙하기’다. 고용이 부진하고 소비도 좀처럼 늘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 투자마저 줄어들면 경기 하강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가 과감한 규제 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대 등 단기 부양책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지 확대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기업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1.4% 감소했다. 지난 3월 이후 6개월째 내리막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운송장비 투자는 4.6% 늘었지만 기계류 투자가 3.8% 줄었다. 통계청은 “반도체 업체들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지난 3~4월 마무리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투자할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여윳돈을 쌓아둔 채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건설 경기도 나빠졌다. 건설업체들의 시공 실적을 보여 주는 건설기성은 전달보다 1.3% 줄었고, 건설 수주도 26.5%나 급락했다.

지난 6월에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뒤 두 달 연속 늘었던 소매판매는 증가율이 0%로 주춤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판매는 줄었지만 통신기기 등 내구재 판매가 늘면서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 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동반 하락했다는 점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동행지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한 98.9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98.8) 이후 가장 낮았다. 선행지수도 전달보다 0.4포인트 떨어진 99.4로 하락폭이 2016년 2월(-0.4) 이후 가장 컸다. 동행지수는 5개월 연속, 선행지수는 3개월 연속 각각 마이너스(-) 행진이다. 통계청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 하강으로 판단한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고용지표와 수입지표, 건설지표 세 가지가 작용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도 향후 경기에 대해 세계경제 개선과 수출 호조 등 긍정적 요인이 있지만 고용 상황이 미흡하고 미·중 통상 갈등,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등 위험 요인이 여전하다고 전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등 대내 리스크를 관리하고 대외 통상 현안 등에 적극 대응하겠다”면서 “일자리 창출과 민생 개선 노력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경기는 하강이 완연해서 수출이 대폭 늘어나는 등 외부에서 좋은 충격이 없으면 반등이 힘들다”면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정책의 궤도를 수정하고 규제 체계 자체를 합리화해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새로운 기업가가 나와서 더 좋은 기술로 시장에서 이득을 얻는 과정이 혁신성장인데 우리나라는 잘되지 않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되고, 작은 기술기업이 시장에서 충분히 대가를 받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8-10-03 8면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