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판사’ 박보영, 첫 출근날 쌍용차 해고노동자 면담 거부

입력 : ㅣ 수정 : 2018-09-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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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시골 판사’를 자청해 화제가 된 박보영(가운데) 전 대법관이 10일 오전 전남 여수시법원에 법원 경호원과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출근하고 있다. 2018.9.10 연합뉴스

▲ 일명 ‘시골 판사’를 자청해 화제가 된 박보영(가운데) 전 대법관이 10일 오전 전남 여수시법원에 법원 경호원과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출근하고 있다. 2018.9.10 연합뉴스

2009년 사측의 정리해고 이후 올해로 9년째 복직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10일 오전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보영 전 대법관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날은 대법관 퇴임 후 시·군 법원의 원로 법관(일명 ‘시골 판사’)을 자청해 맡게 된 박 전 대법관이 여수시법원에 처음 출근한 날이다. 하지만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박 전 대법관을 만나려고 하는 것은 2014년 11월 13일 대법원 선고와 관련이 있다. 그날 대법원 3부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해고는 무효”라면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 3부의 주심이 박 전 대법관이었다.

쌍용자 해고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해고는 무효라고 선고한) 2014년 2월 7일 서울고법 판결문을 들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면서 “빨간 펜도 준비했습니다. 어려운 법률용어 써도 좋습니다. 밑줄 그어가며 설명해 주십시오. 회사가 정리해고 요건을 제대로 갖췄다고 판단한 이유와 회계조작이 없었다고 보는 근거와, 그로 인해 서른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무관하다고 보는 보편타당한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는 박 판사에게 지난 과오가 있음을 추궁하러 이곳에 오지 않았습니다. 변화를 만들고 싶어서 왔을 뿐입니다”라면서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때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늘 경험했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중략)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를 만나주십시오”라고 촉구했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VIP(박근혜)와 BH(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해 온 사례”로 ‘철도노조 파업’ 사건과 함께 이 사건의 파기환송 판결을 꼽으면서 ‘재판거래’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김득중(오른쪽 첫 번째) 지부장이 박보영 전 대법관을 만나기 위해 10일 전남 여수시법원을 들어가고 있다. 그의 손에는 사측의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선고한 2014년 서울고법 판결문이 들려 있다. 하지만 박 전 대법관이 주심이었던 대법원 3부는 같은 해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8.9.10 연합뉴스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김득중(오른쪽 첫 번째) 지부장이 박보영 전 대법관을 만나기 위해 10일 전남 여수시법원을 들어가고 있다. 그의 손에는 사측의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선고한 2014년 서울고법 판결문이 들려 있다. 하지만 박 전 대법관이 주심이었던 대법원 3부는 같은 해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8.9.10 연합뉴스

하지만 박 전 대법관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 30분 검은색 관용차를 타고 출근한 박 전 대법관은 경찰과 경호인력의 경호를 받으며 곧장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박 전 대법관은 취재진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김득중 지부장은 “쌍용차 정리해고 재판에서 해고가 왜 정당했는지 이유를 듣고 싶어서 박 전 대법관을 만나고 싶었지만 판사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면서 “박 전 대법관의 입장을 확인할 때까지 여수시법원 앞에서 집회나 1인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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