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00원 때문에?” 맥도날드 라이더가 피켓을 든 진짜 이유

“고작 100원 때문에?” 맥도날드 라이더가 피켓을 든 진짜 이유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8-08-06 13:38
업데이트 2018-08-0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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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속 만두의 심정을 이해”
‘하의는 청바지’ 규정 없애야
“100원 폭염수당은 인간 존중”
“더운 시간 배달 중단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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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라이더’ 박정훈씨가 서울 종로구 한국맥도날드 본사에서 배달 노동자를 위한 폭염 대책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18.8.6  박정훈씨 페이스북
맥도날드 ‘라이더’ 박정훈씨가 서울 종로구 한국맥도날드 본사에서 배달 노동자를 위한 폭염 대책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18.8.6
박정훈씨 페이스북
“프라이팬 위의 연기처럼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어지럽게 올라온다. 머리에서부터 겨드랑이 발 끝까지 땀이 흐르고 습기로 가득 찬다.(…)하늘 위의 태양, 땅 위의 에어컨 실외기가 내뿜는 열기, 그 열기를 감싸는 도시의 건물과 이산화탄소가 어우러져 ‘찜통 속 만두’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7월 23일 박정훈씨 페이스북)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거리로 나선 이들이 있다. 햄버거를 집으로, 회사로 배달해주는 맥도날드 ’라이더‘. 이들이 시위에 나선 이유는 단돈 100원 때문이다.

전 알바노조위원장으로 맥도날드 라이더로 일하는 박정훈씨는 지난달 25일부터 맥도날드 본사와 서울 시내 주요 매장을 돌며 오토바이 배달 노동자를 위한 폭염대책을 마련해달라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요구사항은 이렇다. ▲무조건 청바지를 입도록 한 현재 복장규정을 없애고 시원한 하의 유니폼을 지급해줄 것 ▲폭염특보시 배달구역을 제한할 것 ▲배달 한 건당 폭염수당 100원을 지급할 것 ▲머리를 모두 가리는 헬멧 대신 여름에는 절반만 가리는 ’하프헬멧‘과 선캡을 부착하고, 아이스스카프, 얼음조끼 등 여름용품을 줄 것 등이다.

맥도날드는 폭우나 폭설이 내릴 경우 배달구역을 제한한다. 비나 눈이 많이 오면 배달 한 건당 기타수당 400원에 100원을 더 지급한다. ‘재난급’ 폭염에도 이같은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고작 100원 때문에 시위를 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박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 100원은 액수로는 의미 없는 돈입니다. 안 받아도 그만이죠. 받고 싶은 것은 노동자에 대한 존중이자 사람에 대한 존중입니다.”(7월 28일 박씨 페이스북)
맥도날드 ‘라이더’ 박정훈씨가 배달 노동자를 위한 폭염 대책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18.8.6  박정훈씨 페이스북
맥도날드 ‘라이더’ 박정훈씨가 배달 노동자를 위한 폭염 대책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18.8.6
박정훈씨 페이스북
대부분의 라이더는 폭염 수당 100원 추가로 안 줘도 되니 살인적인 폭염에는 배달을 하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한다고 박씨는 전했다.

“‘폭염수당 100원, 내가 줄께’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마음 감사합니다. 그런데 더운 시간에 배달을 막는 것이 진짜 우리의 요구사항입니다.”

배달이라는 노동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중심의 기본급을 보장하고 수당은 지나치게 올리지 말아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게 박씨의 생각이다.

“배달 건수를 많이 채우려고 위험을 무릅쓰는 일은 없게 해야 합니다. 최저임금 1만원은 좋은 요구사항이지만 폭염수당 1000원은 위험한 이유입니다.”(7월 29일 박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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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대책, 마련해주세요’
‘폭염대책, 마련해주세요’ 6일 서울 광화문 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맥도날드 배달 노동자 등이 폭염 대책 마련을 위한 면담을 요청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8.6
연합뉴스
박씨와 익명의 라이더, 노동 시민단체 등은 6일 서울 종로구 한국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본사에 면담요청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우편으로 보내라며 문전박대를 당했다.

박씨는 맥도날드의 폭염 시 배달지침이 나올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롯데리아·버거킹·도미노피자·피자헛 등의 배달업무 종사자들과 뜻을 모아 ‘라이더 유니온’도 만들기로 했다.

라이더 유니온 준비를 위한 오픈카톡방은 라이더유니온 준비를 위한 오픈카톡방(https://open.kakao.com/o/gUHf80T)에서 참여할 수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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