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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덕수궁 앞마당을 빼앗았나

누가 덕수궁 앞마당을 빼앗았나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8-07-05 01:24
업데이트 2018-07-05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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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쌍용차 해고자 분향소
보수단체, 대형스피커 군가 틀고
“시체팔이” 추모객에 욕설 퍼부어
양측 몸싸움에 부상자까지 발생
이틀간 충돌 끝에 분향소 옮겨
30번째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분향소가 4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 쪽으로 옮겨져 있다. 쌍용차 노조 측은 전날 덕수궁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가 보수단체 회원들과 충돌을 빚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30번째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분향소가 4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 쪽으로 옮겨져 있다. 쌍용차 노조 측은 전날 덕수궁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가 보수단체 회원들과 충돌을 빚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여기서 왜 이래. 청와대 앞으로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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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당한 표창원 의원
폭행당한 표창원 의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당 박주민 의원과 함께 4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차 분향소를 찾았다가 보수단체 소속 60대 남성으로부터 목덜미를 잡히는 등 폭행을 당한 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5년 만에 차려지자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든 보수단체 회원들이 “금속노조가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며 거칠게 항의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이 분향소 주위를 에워쌌지만 보수단체 회원들은 막무가내였다. 일부 회원은 분향소 안으로 들어가 훼방을 놓거나 추모객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시체팔이’ 등 모욕적 표현도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추모객과 보수단체 회원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노조원 등 4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보수단체가 분향소 바로 옆에 세워 둔 차량의 스피커에선 시끄러운 군가가 계속 흘러나왔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대한문은 태극기의 안방이다”고 외쳤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지난달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중씨를 추모하기 위해 지난 3일 대한문 앞에 다시 분향소를 차렸다. 김씨는 끝내 자살을 택한 30번째 해고자다. 하지만 보수단체 회원들은 분향소가 설치되자 곧바로 추모객을 위협하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폭력적인 방해 행위는 이틀 동안 계속됐다. 김정욱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광장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같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서 “대한문은 쌍용차 해고자의 추가적인 죽음을 막게 해 준 의미가 깊은 곳”이라고 호소했다. 쌍용차 노조는 김주중씨의 49제가 열리는 날까지 이곳을 지킨다는 계획이다. 쌍용차 노조는 2012년 4월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해 1년가량 운영했다. 당시 중구청은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사유로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했다.

충돌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극기시민혁명국민운동본부가 1순위로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성향의 집회가 열리면 먼저 신고한 쪽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하지만 경찰은 전날 쌍용차 노조 측에 “1순위 집회에 방해되지 않아야 한다”는 ‘제한 통보’를 하는 것에 그쳤다.

이날 오후 쌍용차 노조 측이 분향소 위치를 덕수궁 담벼락 쪽으로 옮기면서 조용해지는 듯했지만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박주민 의원이 분향소를 찾으면서 재차 충돌이 발생했다. 보수단체 소속 60대 남성은 조문을 마치고 나온 표 의원의 목덜미를 잡는 등 폭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틀간 폭행, 재물손괴 등 총 7건의 사건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2018-07-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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