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 문화생활, 나도 누릴 수 있을까

평일 저녁 문화생활, 나도 누릴 수 있을까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18-07-01 23:04
업데이트 2018-07-02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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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반 우려반 주52시간 근무제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됐다. 우리 사회가 처음으로 내딛는 길이다 보니 아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된다는 기대감에 들뜬 직장인들도 많지만, 급여가 줄어 또 다른 일을 찾아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백화점도 영업시간 변경
백화점도 영업시간 변경 주 52시간제 시행 첫날인 1일 신세계백화점 서울 영등포점에 개점시간 변경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면세점이 있는 소공로 본점과 강남점을 제외한 전국 11개점의 개점 시간을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로 30분 늦췄다. 백화점은 협력사원 근로시간 단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는 회사원들은 너도나도 저녁 시간에 자기 계발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세민(34·여)씨는 “일찍 퇴근하면 마사지를 받는 등 그동안 못 해 온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체에 다니는 한모(31)씨는 “헬스나 스쿼시, 골프 등 운동 수업을 등록해 다니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언론사 기자인 김모(34)씨는 “해외연수나 특파원을 준비하기 위해 영어회화 학원에 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성북구의 한 헬스클럽에는 주 52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피지컬 트레이닝(PT) 문의가 평소의 두 배 이상 빗발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바쁜 직장 생활로 엄두를 내지 못했던 ‘문화 생활’을 즐기겠다는 회사원들도 많다.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지현(35·여)씨는 “지금까지 평일에는 단 하루도 문화 생활을 누리지 못했고, 주말에는 쉬기에 바빠 역시 시간을 내지 못했다”면서 “평일 저녁에 뮤지컬과 연극, 영화 관람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여유를 즐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CGV 등 대형 영화관들은 직장인 맞춤 할인 이벤트 등을 계획 중이다. 연극·뮤지컬 등 공연계도 직장인 대상 티켓 할인과 함께 평일 저녁 공연 시간을 8시에서 7시 30분으로 앞당기는 등 퇴근 후 관객 모으기 마케팅에 나섰다.

‘워킹맘’과 30·40대 부부 사이에도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3살 아들을 키우는 김모(30)씨는 “항상 일 때문에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이 적었는데 야근이 줄어들면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시간 감축으로 급여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벌써부터 직장인들의 걱정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이모(27)씨는 “야근비와 주말 추가근무 수당이 쏠쏠했는데, 앞으로 월급이 평소보다 20만원 가까이 줄어들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 직원인 최모(40)씨는 “여유로워진 저녁 시간에 회사 몰래 부업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주 52시간제 안착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김모(33)씨는 “지난 6월 한 달간 주 52시간 시범 운영을 했을 때 회사가 퇴근하라고 구내 방송을 하고 불까지 껐지만, 직원들은 다시 불을 켜고 일을 했다”면서 “저녁 시간 근무 공간만 회사에서 집으로 바뀌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법률사무소 직원 임모(32)씨는 “아무리 주 52시간제를 도입해도 업종의 특성상 야근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면서 “업무 시간은 줄어드는데 업무량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퇴근해서도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18-07-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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