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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때 도박했던 두 남성이 불법집회 혐의로 8개월 옥살한 뒤 46년 만에 무죄

계엄 때 도박했던 두 남성이 불법집회 혐의로 8개월 옥살한 뒤 46년 만에 무죄

박정훈 기자
박정훈 기자
입력 2018-04-15 10:58
업데이트 2018-04-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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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11월 옥내외 집회를 금지한 비상계엄령이 떨어진 상황에서 집에 모여 도박을 하다 붙잡혀 불법집회 참여자로 몰린 뒤 옥살이를 한 남성 2명이 재심을 통해 46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15일 창원지법에 따르면 형사3부(부장 금덕희)는 불법 집회를 금지한 계엄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배모(79)·박모(79)씨 등 2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비상계엄 선포 후 내려진 포고령이 위헌·무효여서 계엄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한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이들은 2016년 사망한 김모씨와 함께 1972년 11월 초 지인의 집에 모여 낮 동안 한 판에 200∼1500원씩을 걸고 속칭 ‘도리짓고땡’ 도박을 하다 영장 발부 절차도 없이 붙잡혀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3명이 모여 도박을 한 것을 두고 불법집회라며 도박죄가 아닌 계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부산경남지구 계엄보통군법회의는 당시 계엄령 상황에서 모든 옥내외 집회를 금지한 당시 계엄사령관 포고령 1호를 3명이 위반했다며 각각 징역 3년씩을 선고했다. 항소심인 육군고등군법회의는 형이 다소 무겁다는 판단에 따라 원심을 깨고 각각 징역 8월씩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1973년 7월 3명에 대한 징역 8월형을 확정했다.

이 사건에 앞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1972년 10월 17일 유신을 알리는 특별선언에 발표하면서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옛 계엄법 13조는 군사상 필요할 때 체포·구금·수색·언론·출판·집회 등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근거해 계엄사령관은 같은 날 ‘정치활동 목적의 모든 옥내외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정치활동 이외의 집회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영장 없이 수색·구속한다’는 포고령 1호를 공포했다.

과거 이와 비슷한 재심사건에서 법원은 당시 비상계엄 상황이 상당한 무력을 갖춘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또 법관의 영장 발부 절차 없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을 담은 포고령 1호가 영장주의 본질을 침해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재심 재판부 역시 옥내외 집회·시위를 일절 금지하고 정치목적이 아닌 집회는 허가를 받도록 한 포고령 1호는 위헌·무효라고 판단, 46년만에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배씨 등 3명은 2015년 12월 계엄법 위반죄 판결이 무효라며 재심청구를 했다. 법원은 지난해 8월 재심개시 결정을 했다. 그러나 재심청구인 중 한 명인 김씨는 재심개시 결정과 무죄 판결을 끝내 받지 못한 채 2016년 10월 숨졌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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