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회장 앞에서 시위 벌이자” 이란 여성 축구팬 35명 한때 구금

“FIFA 회장 앞에서 시위 벌이자” 이란 여성 축구팬 35명 한때 구금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3-02 09:08
업데이트 2018-03-0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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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성 35명이 축구 경기를 보러 갔다가 한때 구금됐다.

이들은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1일 수도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릴 테헤란 연고 라이벌 에스테그랄과 페르세폴리스의 경기를 참관한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장 밖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인판티노 회장을 수행한 마수드 솔타르파니 이란 체육부 장관에게 한 기자가 언제쯤 여성들의 축구 경기 관전이 허용될 것이냐고 묻자 처음에는 소리가 줄어들더니 나중에 중계가 갑자기 끊기는 일도 발생했다.

이란학생국영통신(ISNA) 보도에 따르면 이란 내무부의 세에드 살만 사마니 대변인은 이들 여성이 체포된 것은 아니며 경찰에 의해 “더 적절한 장소”로 옮겨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란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지금까지 여성의 축구 경기 관람을 금지하고 있다.

여성 인권운동가 마시흐 알리네자드는 전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내일(1일) FIFA 회장이 스타디움에 올 것이다. 난 여성들이 스타디움 밖에 모여 남자들도 우리 없이는 입장할 수 없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른 이용자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자유롭게 경기장에 들어가는 건 “기본권”이라며 그 경기는 “35년 낡은 타부를 깰 절호의 기회”라고 썼다. 한 트위터리언은 아자디란 말이 페르시아어로 “자유”라며 “경기장 이름을 자유라고 짓고는 인구의 절반을 거기 못 들어가게 막는 위선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잔니 인판티노(왼쪽)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1일(현지시간) 테헤란의 이란 체육부 장관 집무실을 예방해 마수드 솔타니파르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테헤란 AFP 연합뉴스
잔니 인판티노(왼쪽)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1일(현지시간) 테헤란의 이란 체육부 장관 집무실을 예방해 마수드 솔타니파르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테헤란 AFP 연합뉴스
인판티노 회장은 취재진에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지난 2년 동안 긴 논쟁을 벌여왔다고 설명했다. 2016년 사우디는 이란과 단교한 뒤 사우디 구단들은 이란 원정을 거부해 이란 구단들의 홈 경기는 오만에서 치러지고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정치가 축구 밖에 서 있어야 하고 축구가 정치 밖에 서 있어야 한다는 건 매우 명확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나 정치적 이슈가 있기 마련이지만 (축구에) 영향을 미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나중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났다. 로하니 대통령은 “사람들이 홈 구장에서 열리는 경기를 관전할 권리를 빼앗겨선 안된다”는 것을 FIFA가 보장해달라고 주문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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