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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빛 발견] 섣달/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섣달/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8-01-17 17:46
업데이트 2018-01-1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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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어문팀장
음력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이 말에 정감이 있다. 그렇지 않은 세대에게는 볼품없는 물건일 수 있다. 많이 본 듯하지만 낯선 것이다. 사용하지 않으니 두고만 보는 도구처럼 여겨진다. 어디에 놓아야 할지 익숙하지 않다. ‘섣달’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맨 끝 달을 가리킨다. 끝은 누구에게나 더 소중한 의미를 갖게 한다. 이름도 이렇게 달리 불렸다.

‘섣달’은 의학 서적 ‘구급방언해’에 처음 보인다. 1466년에 나온 이 책에는 ‘섯달’(아래아)이라고 적혀 있다. ‘설의 달’, 즉 ‘설이 들어 있는 달’이라는 의미를 지닌 표기 형태였다.

음력 1월이 아니라 12월을 설이 있는 달, ‘섣달’이라고 한 것은 12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보던 시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의 유산이 언어에 담겼다. 중국의 은나라 때가 그랬다고 전한다. ‘섣달’이라는 말의 뜻을 헷갈리게 하는 이유다. 어려운 말 ‘구랍’(舊臘)에서 ‘랍’도 ‘섣달’을 뜻한다. 그래서 음력으로 지난해의 마지막 달이란 말이 됐다.

표기는 ‘설+ㅅ+달’로 쪼개지는 ‘섨달’이었다가 ‘섯달’로 바뀌었다. ‘ㅅ’ 앞에서 ‘ㄹ’이 탈락한 것이다. ‘이튿날’도 ‘이틄날→이틋날’, 숟가락도 ‘숤가락→숫가락’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났다.

‘섣달’은 어떤 의미에선 옛말 ‘고어’다. 옛 흔적들이 오래 쌓였다. 세대 간에 받아들이는 정서가 크게 차이 난다.

wlee@seoul.co.kr
2018-01-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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