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어문팀장
‘섣달’은 의학 서적 ‘구급방언해’에 처음 보인다. 1466년에 나온 이 책에는 ‘섯달’(아래아)이라고 적혀 있다. ‘설의 달’, 즉 ‘설이 들어 있는 달’이라는 의미를 지닌 표기 형태였다.
음력 1월이 아니라 12월을 설이 있는 달, ‘섣달’이라고 한 것은 12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보던 시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의 유산이 언어에 담겼다. 중국의 은나라 때가 그랬다고 전한다. ‘섣달’이라는 말의 뜻을 헷갈리게 하는 이유다. 어려운 말 ‘구랍’(舊臘)에서 ‘랍’도 ‘섣달’을 뜻한다. 그래서 음력으로 지난해의 마지막 달이란 말이 됐다.
표기는 ‘설+ㅅ+달’로 쪼개지는 ‘섨달’이었다가 ‘섯달’로 바뀌었다. ‘ㅅ’ 앞에서 ‘ㄹ’이 탈락한 것이다. ‘이튿날’도 ‘이틄날→이틋날’, 숟가락도 ‘숤가락→숫가락’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났다.
‘섣달’은 어떤 의미에선 옛말 ‘고어’다. 옛 흔적들이 오래 쌓였다. 세대 간에 받아들이는 정서가 크게 차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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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8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