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미 칼럼] 저출산 대책 패러다임 전환은 맞지만…

입력 : ㅣ 수정 : 2017-12-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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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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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균미 수석논설위원

‘문재인표 저출산 대책’의 큰 방향이 제시됐다. 그동안의 출산장려대책에서 여성 삶의 문제까지 관심 갖고 해결하는 쪽으로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제6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첫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지금까지 저출산 대책들은 실패했다. 충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새로 꾸려진 위원회에 지금이 인구위기 상황을 해결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기존의 저출산 대책의 한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지혜를 모아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결혼·출산·육아가 여성의 삶과 일을 억압하지 않게, (여성이) 하던 일 계속하면서 자신의 삶과 가치를 지켜가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저출산 근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문 대통령이 밝힌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에 공감한다. 지적된 그동안의 문제점과 비전 모두 구구절절 옳은 소리다. ‘삶이 먼저다’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볼 수 있듯이 출산율과 출생아 수 증가와 같은 수치로 성과를 따지는 출산장려정책에서 벗어나 여성의 삶, 한 걸음 나아가 가족의 삶의 문제로 더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사회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출산장려금 정책은 실효성 차원에서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과 함께 젊은 여성들, 심지어 10대 청소년층 사이에서도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 보느냐’며 강한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던 게 사실이다. 결혼을 하고 거기에다 아이를 낳는 게 ‘손해’라는 피해의식을 갖는 것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의 삶을 억압하지 않는 게 저출산 근본대책이라는 접근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큰 방향은 맞는데 ‘어떻게’가 빠져 있다. 새로 임명된 위원들과의 첫 간담회 자리인 만큼 로드맵까지 기대한 것은 성급한 감이 있다. 대신 위원회가 밝힌 것처럼 내년 1분기 중에 발표할 ‘저출산 대응 로드맵’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대책들, 대통령의 말처럼 기존의 복지정책과는 차별화된 대책들,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대책들이 담기길 바란다.


그동안 비판받아 온 백화점식 대책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이 분명해야 한다. 이것저것 끌어모아 ‘저출산 예산’만 부풀려 ‘우리는 이만큼 했다’는 보여주기식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먼저 지난 12년간 200조원이 들어간 정책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토대로 유지, 확대할 것과 줄일 것을 가려내야 할 것이다.

저출산 대책은 복지 노동 교육 부동산 정책과 맞물린 종합대책이다. 일자리 문제와 주거 문제, 사교육비 문제 등은 그것대로 펴나가면서 전반적인 복지정책과 차별화된 저출산 대책을 도출해내는 것이 6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주어진 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간담회에서 ‘일하며 눈치 볼 필요 없이 아이 키우기’를 핵심과제로 정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기업문화, 사회문화, 근로여건, 보육환경 등 관련 분야의 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보고 대책을 추려내길 바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결혼해 아이를 낳는 것이 여성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출산 정책은 여성 못지않게 남성, 아빠들에 대한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야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가족·육아에 대한 책임이 부부 모두에게 공평하게 있다는 사실을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응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해 나가는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저출산위원회의 역할이다.

32명으로 구성된 사무처까지 뒀으니 현장의 소리를 제대로 반영해 책상머리 정책이니 공무원들만을 위한 정책이니 하는 비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대통령이 더 자주 회의를 주재하고 챙기겠다고 밝혔고, 위원회에 힘을 실어준 만큼 제대로 저출산 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해 그동안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kmkim@seoul.co.kr
2017-12-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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