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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악의 불신으로 한파 맞은 기부 민심

[사설] 최악의 불신으로 한파 맞은 기부 민심

입력 2017-12-18 22:08
업데이트 2017-12-1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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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최근 나눔 현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한다. 모금 추이를 보여 주는 ‘사랑의 온도탑’의 수은주가 올라가는 움직임은 매우 더딘 반면 ‘사랑의 연탄 봉사’ 같은 참여 활동은 지원자가 몰리면서 조기 마감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모금회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나눔 온도’는 어제 현재 29.3도를 가리키고 있다. 내년 1월 31일까지 목표로 하는 모금액 3994억원의 29.3%인 1113억원이 모인 것이다. 12월 중순이면 40도 안팎을 오르내리던 예년과 비교해 기부 민심은 일찍 찾아온 한파만큼이나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었다. 하지만 오늘 인천 도원역 주변에서 있을 ‘사랑의 연탄 봉사’는 지난 6일 일찌감치 참여 희망자 접수가 마감됐을 만큼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공동모금회는 한 차례 더 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사를 갖기로 했다.

‘기부 한파’는 ‘기부 불신’에서 비롯됐다. ‘사랑의 온도탑’이 가장 값싼 가정용 연료인 연탄조차 때지 못하는 저소득층 가정의 방바닥처럼 ‘냉골’로 변해 버린 것은 지난해부터다. 최순실과 대기업이 합작한 선의(善意)를 가장한 불의(不義)가 기부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음은 연말 모금 현황이 그대로 증명했다. 올해는 “딸의 희소병 치료를 도와 달라”며 모은 10억원대 후원금을 탕진한 이영학 사건이 더해졌다. 말할 것도 없이 기부란 믿음을 전제로 한다. 얼어붙다시피 했던 우리 사회의 어느 한 구석을 훈훈하게 바꾸는 데 작으나마 후원금이 도움이 되고 있다는 신뢰가 있다면 기부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믿음이 배반당해 기부가 권력(權力)과 금력(金力) 사이의 뒷거래 도구로 전락하고, 후원금이 흉악범의 유흥비로 쓰여지는 상황이라면 지갑을 열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사랑의 연탄 봉사’에 지원자가 몰리는 것은 우리 사회의 온정이 식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심각한 ‘기부 불신’ 속에서도 지난해 ‘사랑의 온도탑’이 결국 100도를 채웠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어떤 도전에도 어려운 이웃을 보듬지 않을 수 없다는 아름다운 시민정신이 작동한 결과로 본다. 통계청이 엊그제 발표한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고소득층의 가계소득은 증가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현상이 심화된다면 사회 안정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부는 구성원 스스로 짜는 사회 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연말이다. 온 국민이 나서 사랑의 열기가 전국적으로 끓어넘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좋겠다.
2017-12-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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