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경찰 수사 발표 전 국정원에 ‘보도 자료’ 미리 건네
‘사이버 활동’ 숨기려 수사 축소공소시효 만료 하루 앞두고 기소
‘수사 방해’ 남재준도 추가기소
김병찬 서울 용산경찰서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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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11일 김 서장을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시효 탓에 불가피하게 기소를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김 서장에게 적용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공소시효가 5년으로, 검찰은 2012년 12월 15일부터 그 다음날까지 수사 상황이 국정원에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서장은 수서경찰서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뒤 키워드 4개(박근혜, 문재인, 새누리당, 민주통합당)를 중심으로 제한된 분석이 이뤄지도록 수사를 지휘했다. 당초 수서경찰서는 키워드 100개에 대한 분석을 주장했었다. 이를 두고 검찰은 “신속한 무혐의 발표를 위한 제한적인 키워드 검색 방식을 적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이 같은 내용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도 쟁점이었지만, 김 서장은 “검색 키워드 범위는 분석관들이 자체적으로 정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법원도 ‘수사 은폐’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전 청장은 이미 2015년 무죄가 확정돼 판결이 바뀔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또 김 서장이 여직원 노트북 분석 시기를 전후로 국정원과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도 확인했다. 특히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발생한 2012년 12월 11일부터 수사 결과 발표일인 16일 사이 정보관 안모씨와 24회, 총 84분의 음성통화가 이뤄졌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국정원은 김 서장으로부터 수사결과 자료를 입수해 내부보고서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는 수사 주체인 수서경찰서가 서울청으로부터 결과를 통보받기도 전이다.
한편 이날 검찰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남 전 원장은 서천호 전 2차장, 국정원 감찰실장을 지낸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에게 ‘현안 태스크포스’ 구성을 지시한 뒤 위장사무실을 마련하고 직원들이 재판에서 허위진술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남 전 원장은 “정권의 명운, 국정원의 존폐가 걸려 있으니 (댓글을) 개인 일탈로 치부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남 전 원장이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 등 검사들을 사찰한 결과를 청와대에도 수시로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7-12-12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