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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끝자락 선친 고향에 영원성 품은 ‘문학의 집’

남도 끝자락 선친 고향에 영원성 품은 ‘문학의 집’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7-11-30 22:40
업데이트 2017-12-0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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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 첫 개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한국의 근현대사에 천착해 온 조정래(74) 작가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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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거장 조정래(오른쪽) 작가와 그의 부인인 김초혜 시인이 30일 전남 고흥에서 문을 연 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 내 전시물 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 해냄출판사 제공
한국 문학의 거장 조정래(오른쪽) 작가와 그의 부인인 김초혜 시인이 30일 전남 고흥에서 문을 연 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 내 전시물 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
해냄출판사 제공
●전남 고흥에 세 번째 문학관

30일 전남 고흥 두원면 운대리에 문을 연 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 앞에 선 그는 자신을 문학의 길로 이끈 독립운동가이자 시조시인이었던 부친을 떠올린다고 했다.

조 작가는 ‘문학관 부자’다. 태백산맥문학관(전남 보성, 2008년), 아리랑문학관(전북 김제, 2003년) 등 대표작의 배경이 되는 곳마다 문학관을 갖게 된 작가다. 세 번째 문학관 앞에 선 그는 “이 문학관은 영원성을 품은 문학의 집”이라는 말로, 문학의 씨앗을 뿌려준 아버지의 고향에 움튼 문학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조정래 가족문학관은 조 작가와 그의 부친인 조종현(1906~1989) 시조시인, 아내 김초혜(74) 시인의 삶과 문학세계를 품고 있는 가족문학관이다. 현재 국내에 들어선 100여곳의 문학관 가운데 문인 가족의 문학관이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상 1층 건물(면적 446㎡)의 문학관은 세 문인의 작품과 소장품 1274점을 품고 있다.

●세 문인 작품·소장품 등 1274점 전시

당초 김 시인은 문학관을 세워 올리는 걸 극구 반대했다. 생존 작가로 이례적으로 세 번째 문학관을 내는 것을 의식한 듯, 작가도 아내와의 실랑이를 털어놨다. “아버지의 문학관이 생긴다는 황홀한 기쁨에 싸여 있는데 아내가 공격을 하더라고요. ‘아들 잘 둬, 남편 잘 만나, 가족문학관이 생긴다고 남들이 손가락질한다’, ‘당신을 문학관에 미친 사람이라고 한다’고요. 그래서 고흥군에 거절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냈는데 아버지 유품을 모아낸 여덟 남매의 십자포화를 당해 결국 오늘 문학관을 열게 됐네요.”

김 시인은 “나를 다루는 문학관은 거듭 거절했다”고 했지만 완성된 문학관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얼굴에 설렘을 지우지 못했다. “조씨네 가문에 새로 시집오는 것 같네요(웃음).”

함께 문학관을 둘러본 소설가 김훈(69)은 “생명의 아름다움과 생명을 억압하는 착취, 불평등에 대한 저항을 담은 조종현 시인의 1930년대 동시에서 ‘태백산맥’의 씨앗이 들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조정래 “신작 ‘국가란…’ 들고 순회”

조 작가는 현재 쓰고 있는 장편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전 3권)를 탈고하면 문학관을 차례로 돌면서 독자와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저는 휴대전화도 없고 컴퓨터도 못해요. 문장의 밀도, 탄력, 긴박감이 죽기 때문에 지금도 미련하게 손으로 쓰죠. 문학관에서 제 육필 원고를 보면 작가의 생애가 얼마나 치열한지 아실 겁니다. 이렇게 미련하게 원시적 노동을 했기 때문에 문학관을 세울 수 있었을지도요. 최선을 다해 좋은 글을 쓰는 것, 그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문학관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해요.”

고흥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7-12-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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