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NASA 입사한 여성수학자들, 인공위성·달 탐사 방정식 머리로 연산
당시 여성 불모지에서 주도적 자기 계발…끈끈한 유대로 편견과 차별 당당히 극복로켓 걸스/나탈리아 홀트 지음/고정아 옮김/알마/416쪽/1만 8500원
지난 3월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히든 피겨스’는 미국 우주 개발에 큰 공헌을 한 흑인 여성 삼총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인종 차별과 여성 차별이라는 큰 장애물 속에서 거듭되는 난관을 유쾌하게 극복하는 모습이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직업적인 선구자로서 이들이 일군 업적과 삶을 대하는 진정한 태도에 감동한 관객이라면 미국 과학자 나탈리아 홀트가 쓴 ‘로켓 걸스’에서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955년 미국 항공우주국 산하 제트추진연구소에서 당시 ‘인간 컴퓨터’라고 불리던 여성 과학 기술자들이 커다란 계산기를 앞에 둔 채 일하고 있다.
알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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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다수 여성들이 선택했던 비서, 교사, 간호사라는 직업 대신 여자들의 불모지와 다름없는 곳에서 일한 이들은 자신의 삶을 꾸릴 때도 주도적이고 도전적이었다. 남성 엔지니어들이 자신들을 ‘여자 계산원’으로 부르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여성 단체’라고 일컫는가 하면 프로그래밍 강좌를 통한 신기술 공부 등 자기 계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직장인 여성으로서 엄마 역할을 동시에 해내는 것은 이들에게도 역시 쉽지 않았다. 행복한 균형을 얻기 어렵다는 깨달음 속에서도 그들에겐 그저 해내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있었다. 연구소 안팎에서 수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여성 동료들과의 우정 덕분이다. 삶의 어려운 문제를 함께 푸는 즐거움 속에서 끈끈한 유대를 쌓았던 이들에게 JPL은 그런 의미에서 “직장이라기보다는 비밀결사 같았다.”
5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로켓 걸스’들이 작성한 코드는 우주선, 기후 연구, 화성 탐사 로봇에 계속 쓰이고 있다. 2012년 이후 계속 화성을 탐사하고 있는 큐리오시티 탐사 로봇에서부터 2004년 이후 토성을 돌고 있는 카시니 궤도선 등 이들의 위대한 역사는 광활한 우주에 뻗어 있다.
물론 미래의 지구 궤도 비행 장치들에서도 이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편견과 차별을 당당히 극복하고 자신의 미래를 새롭게 쓴 그들의 진취적인 삶이 하늘을 향해 주저 없이 날아오르는 로켓과 꼭 닮았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7-11-25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