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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터널 사고 화마가 삼킨 사회초년생 “조수석 문만 열렸어도…”

창원터널 사고 화마가 삼킨 사회초년생 “조수석 문만 열렸어도…”

김서연 기자
입력 2017-11-03 14:34
업데이트 2017-11-0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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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는 사회초년생의 창창한 미래마저 앗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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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한 유류통 폭발 사고 현장
적재한 유류통 폭발 사고 현장 2일 오후 1시 20분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김해간 창원터널 구 요금소 앞에서 드럼통에 유류를 싣고 달리던 5t 화물차가 콘크리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유류통이 반대편 차 위로 떨어지면서 차량 9대가 화재로 이어져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경남신문 제공
지난 2일 창원터널 앞에서 발생한 폭발·화재 사고로 숨진 피해자 배모(23)씨의 외사촌 김모(42)씨는 “장밋빛 미래만 남은 아이였다”며 고개를 떨궜다.

삼남매 중 둘째였던 배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효심 깊은 딸이었다.

좋은 직장의 정규직이 되었다고 기뻐한 뒤 집에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김씨는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사고 당일 배씨는 세무서에 세금 신고를 하기 위해 회사에서 이동하던 중이었다.

배씨는 사고 직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하고 비명만 세 차례 질렀다.

김씨는 배씨 어머니로부터 “내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빨리 좀 알아봐 달라”는 연락을 받았고, 김씨는 무슨 일인지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한 채 소방서와 경찰에 신고해 위치추적을 부탁했다.

조회 결과 배씨 위치는 창원터널 인근으로 확인됐고, 김씨는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 도착한 그는 넋을 잃고 말았다.

차량 여러 대가 앙상한 뼈대만 남은 채 검게 타고 시커먼 연기가 군데군데서 피어오르는 등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현장을 수습 중이던 경찰과 소방관에게 물어도 속 시원히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혼란한 와중에 기어이 시커멓게 타버린 배 씨의 차를 찾아낸 김씨는 한동안 망연자실한 채 서 있었다.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뒤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켰다.

현장에서 발견된 배씨 차량은 운전석이 중앙분리대에 바짝 붙은 채 조수석 쪽이 찌그러진 상태였다.

김씨는 “아마 사고 직후 엄마에게 전화를 걸며 조수석으로 빠져나오려다 조수석 문이 열리지 않아 그대로 불길에 휩싸인 것 같다”며 “2차선에 있었거나 조수석 문만 제대로 열렸어도 살 수 있었다는 생각에 너무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시간을 되돌려 내 사촌 동생을 다시 되살릴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며 “창원시 등에서 대비책을 확실히 세워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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