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원 꺾고 FA컵 결승행
이정협 동점골로 연장전 돌입승부차기 4-2로 극적 승리
하늘에 계신 스승에게 승리를 선물하겠다는 이정협(부산)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졌다.
이정협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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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은 연장 후반까지 1-1로 맞서 들어간 승부차기 2-2로 맞선 상황에 세 번째 키커로 나서 실축했으나 수원의 세 번째 키커 조성진과 네 번째 키커 김은선이 잇따라 실축하고 동료들이 모두 킥을 넣은 덕에 4-2 극적인 승리를 맛봤다.
부산은 지난달 다른 준결승 결과 목포시청을 1-0으로 누르고 선착한 울산과 결승에서 맞붙어 2004년 이후 13년 만에 두 번째 대회 우승을 겨냥한다.
현역 시절 포항 유니폼을 입고 원년인 1996년 대회 결승에서 수원을 꺾어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으나 지난 10일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조진호 전 감독의 영전에 결승 진출을 신고했다. 2010년 결승과 지난해 16강에서 수원에 내리 0-1로 당한 빚도 갚았다.
조 감독은 대회 8강을 앞두고 “이번에는 우승해서 우리 선수 중 MVP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챌린지에서 9골을 기록 중인 이정협이 스승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수원은 정규시간 후반 20분 염기훈의 페널티킥 골로 앞서가다 12분 뒤 이정협의 터닝슛에 골문을 열어 주고 말았다. 연장 후반 조나탄이 그림 같은 중거리슛으로 골문을 갈랐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동료 공격수 김건희가 부산 수비수를 밀었다며 노 골로 선언돼 헛물을 켰다.
수원은 1995년 창단 후 1000번째 경기라 반드시 이기겠다고 투혼을 불태웠지만 결국 씁쓸한 입맛만 다셨다. 아울러 대회 2연패와 동시에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해 대회 최다 우승의 금자탑을 세우겠다는 계산도 물거품이 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7-10-26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