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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암매장 추정’ 옛 광주교도소 발굴 30일 착수

‘5·18 암매장 추정’ 옛 광주교도소 발굴 30일 착수

최치봉 기자
입력 2017-10-23 22:38
업데이트 2017-10-2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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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둔부대 소령·재소자 제보 확보…굴착기·지중탐사레이더 등 동원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자를 찾기 위해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에 대한 발굴 작업이 조만간 이뤄진다. 5·18기념재단은 23일 최근 잇단 제보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나온 관련 진술 등을 토대로 암매장 추정지를 특정하고, 이르면 오는 30일부터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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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재단은 지난달 23일 광주 서구 내방로에 위치한 재단 건물 시민사랑방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실종된 시민을 암매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옛 광주교도소 부지의 발굴 계획을 밝혔다. 사진에는 재단이 제보자들 진술을 바탕으로 추정한 시민 암매장 장소가 동그라미로 표시돼 있다. 광주 뉴스1
5·18기념재단은 지난달 23일 광주 서구 내방로에 위치한 재단 건물 시민사랑방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실종된 시민을 암매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옛 광주교도소 부지의 발굴 계획을 밝혔다. 사진에는 재단이 제보자들 진술을 바탕으로 추정한 시민 암매장 장소가 동그라미로 표시돼 있다. 광주 뉴스1
재단은 지난 22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옛 광주교도소에 주둔했던 3공수여단 15대대 부사관 출신 김모씨로부터 관련 증언을 들었다. 김씨는 “신분증이 있으면 가슴 위에 얹었다. 관이 없으니 가마니를 덮어서 묻었다”며 구체적인 시신 처리 과정을 37년 만에 증언했다. 그는 1980년 5월 21일 오후 전남대에서 교도소로 퇴각한 뒤 호남고속도로가 바라보이는 교도소 서쪽에 배치됐다. 그는 “부대원과 함께 고속도로를 오가는 차량을 향해 총을 쐈고, 멈춰 선 차 안에서 시신을 수습했다”고 5·18재단에서 증언했다.

●당시 농장… 현재 풀숲·아스팔트 덮여

당시 3공수 5개 대대 병력은 교도소로 퇴각하면서 전남대에 연행한 시민 수십명을 끌고 갔고, 초과 인원이 탑승한 차량 적재함을 밀폐한 채 최루분말가스를 터뜨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차량이 교도소에 도착했을 때 6명이 숨져 있었다.

재단은 이와 비슷한 시민 제보도 최근 입수했다. 1980년 5월 교도소에 수용됐던 최모씨는 “1급 모범수로 생활하며 매일 저녁 6~7시 모포를 털거나 빨래를 걷었다”며 “어느 날 이 시간 교도소 담장 밖에서 굴착기가 작업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주둔했던 제3공수여단 김모 소령이 1995년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 진술도 최씨가 굴착기 작업을 했다고 지목한 현장과 일치한다. 김 소령은 “1980년 5월 23일 오후 6시부터 2시간에 걸쳐 전남대에서 광주교도소로 호송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시민 3명 등 12구의 시체를 매장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광주시 인정 행불 76명 확인될지 주목

재단은 이들 제보자가 밝힌 지점을 5·18 당시 교도소에서 농장으로 사용했던 땅으로 특정했다. 길이 117m(폭 3~5m) 구간이다. 이곳은 과거에 농장이나 공터로 쓰였으며, 1980년 5월과 달리 현재 풀숲이나 아스팔트가 덮여 있고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테니스장과 교도경비대가 사용하는 건물, 주차장 등도 새로 들어섰다.

기념재단은 굴착기 등 중장비와 지중탐사레이더 등을 동원해 발굴에 나선다. 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3공수여단과 20사단 병력들이 주둔했던 곳이다. 5·18 직후 교도소 관사 뒤에서는 시신 8구, 교도소 앞 야산에서는 시신 3구가 암매장 상태로 발견됐다.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1980년 5월 31일 ‘광주사태 진상 조사’ 문건에는 이른바 ‘교도소 습격 사건’으로 민간인 27명(보안대 자료 28명)이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16~17명의 신원과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광주시가 인정한 5·18 당시 행방불명자는 모두 76명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2017-10-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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